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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랑 온돌이랑 신기한 한옥 이야기 ㅣ 옛 물건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 9
햇살과나무꾼 지음, 김주리 그림 / 해와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마음에 쏙 드는 책이면서 어린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지금의 현대적인 생활이 편하면서도 가끔 옛 방식을 그리워하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생활하라고 하면 글쎄, 자신이 없다.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은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지금도 겨울에 가끔 예전에 땔나무 하던 때를 이야기하신다. 봄부터 가을까지 힘들게 농사 지으시고 겨울이면 땔감 준비하느라 쉬지도 못하던 때를. 가끔 잿불에 구워 먹던 고구마나 화로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던 맛이 그립다.
사라져 가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우면서 그리워지는 우리의 전통 문화 한옥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이다. 집의 얼굴이라고 하는 대문부터 담장과 마당 마루 등 보는 것마다 모두 정감이 간다. 특히 지금은 야트막한 대문을 찾아볼 수 없어서 그림을 한참 들여다봤다. 오늘날 단독주택의 경우 워낙 담이 높아서 제 역할(경계를 짓는)을 충실히 하고 있다지만 어딘지 삭막하다. 시골에서는 담이 없거나 있어도 형식적인 것이었다. 어차피 뒷부분은 텃밭과 연결되어 뚫려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담이 없긴 하다. 그러나 문에 열쇠가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예전의 그 맛은 없다.
마당은 또 어떤가. 여름이면 저녁에 멍석을 깔아 놓고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머물다 가기도 했고 밥도 거기서 먹곤 했다. 이른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신 아버지가 방에 불을 얼마나 많이 땠는지 뜨거워서 깨기도 하고 가끔은 이불이 눌어붙기도 했었다. 물론 겨울 새벽(불 때기 전)에는 윗목(맞나? 이젠 이런 것조차 헷갈린다.)에 놓아둔 걸레가 얼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아주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그런 경험을 어디서 해볼까.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은 상상도 못한다. 내가 이야기해 주어도 그저 신기한 이야기 정도로만 받아들인다.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창호지문. 추석 때면 모든 문을 떼어내고 과꽃이나 코스모스 꽃잎을 넣어 예쁘게 장식한 다음 창호지를 발랐다. 음식하기도 바쁜데 문까지 전부 창호지를 발라야 하니 일이 많았다. 그래서 엄마는 추석 며칠 전부터 하나씩 일을 해놓느라 바쁘셨다. 지금도 가끔 추석 때면 생각난다. 지금이야 음식만 하면 되었으니 일이 없는 셈이다. 그때는 그게 참 귀찮게 여겨졌는데 이제는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따스한 햇살 아래 창호지를 발라서 말리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얼마전에 이태수 작가 강연을 듣는데 너와집과 굴피집의 차이를 묻는데 전혀 몰랐었다. 작가가 설명을 해주어서 알았는데 여기에서 다시 그에 대한 설명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너와는 나무를 패서 지붕을 만든 것이고 굴피는 말 그대로 참나무 껍질을 벗겨 내서 만든 것이란다. 그냥 얼핏 생각하기에는 비가 오면 샐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단다.
책을 읽고 갑자기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고 추억도 생각나게 하는 그런 책이다. 지금은 이렇게 책으로나 만날 수 있다니 조금 아쉽지만 어차피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만 전통을 과거에 가둬두지 말고 현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