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그림책은 내 친구 10
로버트 맥클로스키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읽지는 않았다. 기회가 닿지 않았던 것이다. 겉표지를 보았을 때는 모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예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바다 그림이 나타나서 그런 것 아니었을까. 그런데 웬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아침에 더 자고 싶지만 아빠와 함께 항구로 나갈 것을 생각한 샐은 기분이 좋다. 그래서 옷도 안 입고 나오는 동생에게 옷도 입혀주고 실내화도 신겨주며 칫솔에 치약까지 짜준다. 처음에는 엄마가 없이 아빠랑만 사는 줄 알았다. 샐도 어린 것 같은데 이렇게 동생을 챙기는 것을 보고 일찍 철이 들었나보다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다음 장을 넘기자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가 나온다. 그보다 먼저 샐은 이를 닦다가 이가 흔들리는 것을 발견한다. 아직 이가 빠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샐은 큰 병이 난 줄 알고 걱정을 하며 엄마에게 달려간다. 그러나 엄마로부터 커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금방 어른이 된 것처럼 느낀다.

조개를 캐고 있는 아빠에게 달려가며 만나는 모든 것에 자랑을 하는 샐.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으로 이가 빠지면 사실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도 대견해 한다. 벌써 이렇게 컸단 말인가하고.(그래서 유치를 보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샐의 기분이 어떨까 짐작이 간다. 그런데 엄마로부터 이가 빠지면 소원을 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만 이가 빠져서 없어져버렸다. 조개 캐다가 잃어버렸으니 찾을 수도 없다. 실망해서 바닷가를 걷는데 떨어진 갈매기 깃털을 보고 자신의 이와 동일시한다. 즉 이가 빠지고 새로 나듯 갈매기도 깃털이 빠지고 새로 나니까 소원을 빌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갈매기는 깃털이 빠진 줄 절대 모를 거라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렇게 소원을 몰래 간진학 샐은 아빠와 함께 항구에 갈 때도 동생을 돌봐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스스로 맡는다. 이제 다 컸으니까 동생을 잘 돌볼 것이라고 말하며.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아이스크림을 더 먹고 싶다는 동생에게 의젓하게 타이르기까지 한다. 아마도 샐은 누가 시켜서 의젓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솔 우러나서 하는 것일 게다. 어느 날 아침 이가 빠지자 스스로 다 큰 것처럼 느껴 의젓해진 아이의 심리를 잘 묘사한 책이다. 부드러운 흑백 그림을 보면 잔잔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 그리고 샐이 깃털에 대고 소원을 빌었지만 이루어졌다.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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