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딸, 평강 높은 학년 동화 15
정지원 지음, 김재홍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특별히 책으로 읽지 않는다해도 알고 있는 이야기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온달과 평강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는 책이 많지 않았으니 아마도 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다른 이야기는 생각이 나지 않고 오로지 바보 온달이 평강 공주를 만나서 장수가 되었다는 큰 줄거리만 생각이 난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온달의 정체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적 고증을 떠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며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이야기로 만나게 되었다.

울기 잘하는 평강이 스스로 온달과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리부터 온달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그냥 옛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딴지 걸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것이 그냥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필연이며 운명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평강이 단순히 여인으로 살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당당한 인간으로 살려고 했음을 내비친다. 일종의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들어있다고나 할까.

궁궐에서 새 왕비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어려서부터 쌓였던 울분을 무예로 풀고 백성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느끼는 평강을 보면서 만약 평강이 공주가 아니라 왕자였다면 성군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대개 궁궐에서 아무 걱정없이 사는 공주들은 백성들의 어려운 처지를 눈으로 본다해도 마음으로 느끼지는 못하는데 평강은 그것을 정치와 연결시키려 했으니 말이다.

가장 비천하게 취급했던 온달족 청년과 공주의 우연한 만남이 모든 이야기의 근간이 된다. 만약 평강이 온달을 만나지 않았다면 과연 용감하게 궁궐을 뛰쳐 나왔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작가의 상상력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진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건이 일직선으로 흘러 단조로운 면도 있지만 역사의 한 가지 사실에서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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