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신나는 책읽기 16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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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전에 망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림책을 가지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동화책을 만난다. 무슨 인연이 있는 것 아닐까. 지금이야 이런 말을 하는 젊은 엄마들이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직도 이런 말을 사용한다.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고. 물론 요즘 아이들은 그 말을 믿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망태 할아버지가 나오는 이런 동화를 본다면 어떨까. 말도 안 된다고 핀잔을 줄까. 글쎄, 아마도 자기도 그런 망태 할아버지를 만났으면 하고 바라지 않을까. 망태라는 말 자체도 지금의 아이들에겐 낯선 용어다. 그럴 땐 그림을 자세히 보면 된다. 할아버지가 메고 다니는 것이 바로 망태라고 하는 것이다.

주인공 수는(이름이 딱 한 번 나와서 맞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안 드는 친구 덕배가 준 꿈틀이 젤리를 먹다가 우연히 망태를 짊어진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런데 그 꿈틀이 젤리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엄청 인기있는 젤리다. 덕배가 준 젤리를 집에 가지고 가면 혼날 것 같으니까 먹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먹는다는 핑계를 대는 아이를 보니 영악한 것 같기도 하고 아이답기도 하다. 젤리가 하나 남았을 때 망태 속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는 젤리가 든든한 친구 역할을 한다. 

망태 동산에서 놀 기회가 있었는데도 제대로 놀지 못하고 배터지게먹어 식당에서도 음식도 먹지도 못하는 주인공은 어찌보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지나치게 규정되어 있는 아이 같다. 마음 속으로는 하고 싶어도 엄마에게 혼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무조건 삐딱한 시선으로 배척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맛본 음식 맛에 반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망태 속 나라에서도 아이가 원하는 세계와, 아이는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어른들이 원하는 세계가 공존한다. 그곳에서 엄마는 곧 괴물이다. 오히려 나쁜 줄 알았던 망태 할아버지가 진짜 아이들을 이해할 줄 아는 어른이다. 학원을 절대 빼먹지 않고 나쁜 말은 절대 하지 않던 아이가 망태 나라에 갔다 온 후로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학원도 빼먹고 덕배에게 망태 나라에서 배운 못된 말을 하니까. 그러나 더욱 뜨악한 것은 덕배도 그 나라에 갔다왔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덕배는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 같은 아이가 아니라 때론 말썽도 부리는 진짜 아이 같은 것인가 보다. 아이들이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 나마 벗어나는 시간이 바로 이런 책을 읽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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