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2
막심 고리키 지음, 이강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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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결코 과격하지 않은데(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지만) 좋아하는 분야는 과격한 것들이다. 여기서 과격하다고 하는 것은 몸으로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고에 관한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마음은 그쪽을 향해 있는데 몸이 따르지 못해서 동경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시작을 노동자들의 힘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으로 시작하기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참담하고 암울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아들은 아버지를 보고 닮는다고 했으니 매일 술주정이나 하고 폭력이나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파벨이 처음 술 먹고 취해 들어온 장면을 보고는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아, 제목으로 보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 그럼 앞으로 아들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겠구나.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파벨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도 조금씩 길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외출해도 술을 마시지 않으며 책을 보고 어머니를 돕는다. 당시 노동자촌에서 그런 아들은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내심 사랑스러우면서도 불안해한다.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집에서 여러 사람과 토론하는 것을 보며 불안하면서도 막연히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만약 어머니의 눈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그린 소설이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해도 비슷한 많은 소설 중 하나로 그냥 존재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여기서는 어머니가 단순히 아들을 이해하고 돕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며,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고 싶고 보람을 찾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어머니가 비로소 한 인간으로 탈피하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물론 아들이 매개체가 되긴 했지만 그냥 아들을 바라봐주는 어머니로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고 가슴 벅찼다.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구나. 특히 안드레이가 파벨에게는 따뜻한 가슴이 없다고 불평하는데 그것을 어머니가 대신 메워주었다. 

실제로 레닌과 함께 혁명 운동을 벌였던 고리키는 레닌과 절친하게 지냈으나 10월 혁명 후에는 잠시 결별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 고리키는 혁명에 앞서 인간을 우선시하는 것 같던데 레닌은 혁명을 우선시 했으니 둘의 견해가 갈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느 나라나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은 비슷해 보인다. 우리도 처음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할 때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던가. 물론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소설이라는 것도 잊고 어머니의 행적을 따라가기 바빴다. 하지만 시종일관 그녀가 아닌 '어머니'로 지칭하면서 이미지를 유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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