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를 잡아라! 로르와 친구들 1
카트린느 미쏘니에 글, 이형진 그림, 박정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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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책 내용이 재미없어서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이런 어린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흥미로워하고 들떠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다니. 다 읽고 나서도 멋진 일을 하는 마르퀴스 선생님과 로르의 영리함과 민첩성에 한동안 가슴 뿌듯해 하다니. 나이가 몇 인데...

사실 추리소설 형태의 동화는 대개 읽을 때는 흥미를 느끼지만 책을 덮으면 잊어버리곤 했는데 이 책은 뭔가 좀 색다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특히 첩보 관련 내용이라면 두 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일 것이다. 게다가 그림도 등장 인물들의 표정이 잘 드러나 있어서 그것을 보는 재미도 한몫했다. 

학년이 시작하자마자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지 않아 속상한 로르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도중 우연히 지갑을 주우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게다가 로르의 반은 3학년과 5학년이 함께 공부한다. 무슨 분교도 아니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아주 큰 의미가 숨겨져 있던 것이다.

지갑을 주웠으면 당연히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건만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로르는 집으로 가져와 오빠와 함게 내용물을 본 다음 오빠의 조언에 따라 원래 자리에 갖다 놓는다. 그리고 로르와 친구들이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 지갑의 주인인 선생님이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겁도 없이 선생님을 미행하고 집에 몰래 들어가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하면서 일이 점점 장난이 아님이 드러난다.

그냥 아이들의 오해로 끝나는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져서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졌다. 게다가 대개의 첩보 영화에서 그렇듯 선생님이 실제로는 비밀 경찰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동화라는 것도 잊을 정도였다. 물론 중간중간 과장이나 우연이 많아 어색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발랄하고 재치있는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잊어버린다. 또한 로르와 친구들이 그래도 아직은 개구쟁이 어린이라는 걸 실감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웃다보면 작은 부분은 넘어가고 만다. 모처럼 재미있는 추리 동화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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