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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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의 많은 옛이야기들이 실제로는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들었다. 이는 때로는 집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때로는 피지배자를 교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한다. 아마 그것은 외국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구전되어 살아남는 것은 주로 백성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고 글로 남은 것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무래도 글을 쓸 줄 아는 계층이 지배층이었기 때문에 채록하면서 그들의 의지를 은연중에 삽입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그림 형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이야기를 채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만 해도 어린이를 위한 책을 만든다는 생각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때니까. 그렇다면 무슨 목적으로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를 모았을까. 그것은 국어학자라는 입장에서, 그리고 언어란 나라의 얼이 담겨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혼자 지레짐작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특히 옛이야기들이 풍부하게 전해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것만 봐도 그림 형제의 작업은 대단한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아직도 그 작업이 완성되지 않고 이제 막 걸음마를 한 단계라고 알고 있다. 늦었지만 의미있는 작업이다.

독일 동화의 대표적인 이야기인 백설 공주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특히 어린이들은 그림책으로, 동화책으로, 심지어는 영어 공부용 교재 등으로 다양하게 만나고 있다. 그런데 그 원문을 꼼꼼히 살펴본 이 책의 저자는 거기엔 어디에도 공주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딴지를 건다. 168개의 백설 공주 이야기들(그 사이 더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숫자는 저자가 이 책을 쓸 때 검색된 숫자라고 하니까.)이 모두 공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니 저자로선 이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공주라는 이야기가 안 들어갔는데 공주로 번역한 것에서 끝났다면 저자가 이렇게 열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공주라는 단어 하나가 이 시대 많은 문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동화, 심지어는 가요에서까지 흔적이 나타나니 저자가 딴지 걸 만하다.

공주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서 시작은 하지만 단순히 그 하나의 이야기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 하나에서 시대를 읽고 저자의 비판을 읽고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읽는다. 그래서 독자는 어느 순간 저자의 논거에 지배당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간혹 정말 그림 형제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이 문장을 썼을까,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었다. 가끔 저자를 만나면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독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저자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의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을 하든 그것은 독자의 몫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처럼 문장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분석하고 이면을 읽는 것 또한 독자의 몫일 수도 있겠다. 다만 모든 독자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느낄 뿐이다. 아무래도 나는 중간 입장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까지 세세히 이면을 읽을 능력은 없고 그렇다고 글자만 읽고 싶지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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