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지은 집 - 세계 각지의 전통가옥
존 니콜슨 지음, 양상현 옮김 / 현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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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아는 분이 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나오면서 아버지가 지붕 이엉 얹을 때 도와줄테니 전화하라고 하신다. 초가지붕이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지붕의 재료가 다양했는데 지금은 거의 똑같다. 시멘트. 우리 동네에서도 가을 일이 끝나면 아저씨들이 모여서 돌아가며 이엉을 엮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리고 바로 슬레이트로 바뀌었으니 아주 잠깐이었을 게다. 지금은 과연 지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똑같은 모양의 특색 없는 건물에서 살수록 각 나라의 전통가옥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다.

세계 각지의 전통가옥들을 설명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이글루나 유르트처럼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생소한 종족의 집들도 있다. 게다가 손수 지은 집을 소개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소유와 투기 개념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즉 좀 더 넓은 땅을 차지하려 욕심 부리지 않고 자연과 함께 하려는 집들이라 더 대단해 보인다. 개중에는 현대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전통가옥들을 두루 살펴보니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동생활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연히 자연을 잘 활용하여 지혜를 발휘한다. 하지만 저자도 이야기하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에서 소개한 많은 집들이 사리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전통 방식을 유지하라고 할 수도 없다. 나는 현대적으로 살면서 눈요기를 하기 위해 남에게 예전 방식으로 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책에서 우리 전통가옥으로 낙안읍성에 있는 초가가 소개되었는데 실제로 그곳에서 살던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고 한다. 여하튼 욕심 같아서는 집 그림이 좀 더 자세하고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손수 지은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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