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새 우는 밤 반달문고 25
오시은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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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이 책을 자정이 되어서야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 책인데 무서워봐야 얼마나 무섭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이게 의외로 오싹하다. 특별히 형체가 있는 귀신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런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든다던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머리털이 쭈뼛하는 경험을 대부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가만히 읽고 있으면 이건 귀신에 대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서로 혼자인 아이들이 얼떨결에 한 조로 될 때부터 뭔가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 다 끼리끼리 조를 만들어 모였는데 거기서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 각자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지만 어쨌든 다른 아이들로부터 배척당한 것은 틀림없다. 그렇게 따로국밥이었던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움직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무섭게(?) 펼쳐진다.

언제나 일 등만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남의 말은 무조건 반박하고 보는 범생이 승민이, 톡톡 쏘는 말투로 친한 친구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 조의 유일한 여자 나영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창수, 아무런 잘못도 없이 왕따가 되어버린 영호 이렇게 넷이 한 조가 되어 담력 훈련을 떠난다. 

둘째 학교에서도 지난 여름에 뒤뜰야영을 했는데 거기서 담력 훈련을 했었다. 몇몇 엄마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산속이나 바위 위에 앉아 있기도 했고 숨어서 발목을 잡기도 했었다. 아이들은 조별로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아예 아무 것도 듣지 않겠다는 듯 구호만 외치고 가던 아이들도 있었다. 당시는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때 아이들이 굉장히 무서웠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린 밤이 아니었던가.

여하튼 그렇게 떠난 담력 훈련에서 네 아이들은 길을 잃는다. 서로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단합도 안 되는 조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물론 실제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미리 가야할 길을 만들어 놓으니까. 길을 잃은 아이들은 역시나 서로 남 탓을 하며 가다가 어떤 할머니를 만난다. 아마도 그 할머니는 영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인 것 같다. 할머니가 아이들의 자초지종을 듣고 있다가 데려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한 사이 아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귀신 이야기.

세 아이가 귀신을 보았던 이야기를 해도  범생이 승민이는 절대 믿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조금씩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 갈 때에도 승민이는 선뜻 무리에 끼어들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적극적으로는 아니어도 함께 웃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이들은 그동안 상대방을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았으나 가까이서 이야기해 보니 모두 똑같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고 남에게 어떻게 비추는지를 다른 친구의 신랄한 비판(주로 범생이 승민이와 까칠한 나영이가 그 역할을 했다.)을 듣고 깨닫는다.

어려움을 함께 겪은 사람들은 더욱 친밀함이 생긴다고 한다. 아마 창수와 영호도 이젠 서로 친구가 되어 더이상 외로워하지 않겠지. 나영이는 친한 두 친구에게 돌아가서 불완전하더라도 셋이 단짝이 되었을 테고, 승민이는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아이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네 명의 친구들은 서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겠지.

귀신 이야기라는 것을 매개로 외로운 아이들이 친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무서운 이야기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약간 쏠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작가의 말에서도 친구에 대한 이야기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내가 친구 관계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읽었기 때문일까. 그나저나 그림이 오싹해서 읽으면서도 되도록이면 그림을 보지 않으려 무지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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