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단짝 파랑새 사과문고 65
이미애 지음, 이선민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특히 여자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단짝을 만든다. 남자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도 같이 가는 단짝의 존재 아닐까. 처음엔 여럿이 어울리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두어 명으로 압축이 되고 그렇게 단짝이 탄생한다. 물론 그 사이에 결별도 하고 화해도 한다. 은비와 유경이처럼.

선머슴 같으나 그런 성격 때문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경이와 천상 여자처럼 생기고 옷도 그렇게 입는, 어찌보면 공주과인 은비가 단짝이 될 수 있으려나 내심 의아했다. 제목이 그러니 당연히 결론이야 그렇게 나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느니 자신과 다른 모습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느니 하는 진부한 이야기를 했더라면 읽고 나서 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유경이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어서 아이들이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도 넓고 자잘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아이로 비추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여느 여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질투와 시기로 가득 차 있음을 알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그것을 인정하며 더 나아가 극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경이와 은비의 단짝이 되는 과정보다 유경이가 자신과 싸우는 모습에 더 많은 애착이 간다. 중간중간 은비의 입장에서 서술이 되기도 하지만 유경이처럼 애착이 가진 않는다. 아마도 은비는 유경이를 무조건 해바라기 하는 입장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2002년에 나왔던 책을 이번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단다. 그간 문체나 구성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끼기도 했다. 커다란 사건 없이 이어지는 것이 조금 단조롭고 인물이 대부분 평면적이어서 책을 덮으며 안도하는 느낌은 적었지만 요 또래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잘 포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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