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김용택 동시집
김용택 동시집, 이혜란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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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까이 하기엔 먼 것 중 하나가 시집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자연을 노래하고 어린이를 노래한 시들이 바로 그렇다. 아마도 내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답게 포장된 시어들에는 별로 공감을 못하는데 투박하더라도 자연을 노래한 시들은 금방 공감이 된다. 바로 이 시집처럼...

얼마전에 김용택 시인이 은퇴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섬진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용택 선생님. 많은 사람들은 시골에서의 생활을 낭만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곳에서의 삶은 그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마찬가지로 그곳에 있는 아이들의 생활도 아름다움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시골이 그렇듯 노인들만 남아있다. 간혹 아이들이 있긴 해도 부모들과 함께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자연과 아이들을 노래한 시인의 시를 읽는 것은 어쩌면 쓸쓸함과 아픔을 각오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해가 질 때까지 밤을 판 수현이 이야기는 저자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서로 엄마가 어디 갔는지 모른다는 아이들의 대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 어쩌면 이것은 그들을 사랑으로 바라보았기에 느껴지는 시인의 감정을 나도 덩달아 느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디를 보나 그대로의 자연이 둘러쳐진 마을이건만 그 안에 있는 아이들은 그 모든 자연을 아름답게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마음만은 사랑을 담고 크길 바란다. 이제 김용택 선생님은 떠났어도 그 아이들을 보듬어줄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이 시집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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