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기사의 비밀 창비아동문고 243
루돌프 헤르푸르트너 지음, 조승연 그림, 김경연 옮김 / 창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모호함에 시달렸다. 도대체 피자성에 있는 아이는 누구일까 생각하다가도 파울리네가 겪는 일들을 읽을 때는 피자성이라는 것 자체를 까마득히 잊곤 했다. 왜 피자성이 자꾸 나오는 것일까 의아하기도 했고 과연 파울리네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하지만 어린이책으로 된 형태의 책들은 조금 읽으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윤곽이 드러났던 기존의 책에 비해 이 책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이혼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위태위태하게 생활하면서도 셋이 함께 살길 간절히 원한다거나 그런 희망을 갖지 않는다. 아주 쿨하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들은 벌써 이혼이라는 문제를 넘어서 양육권에 대한 문제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아직도 이혼한 부모 때문에 아이가 방황하고 고민하는 상황을 그리는 책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여러 가지 상황이 나열되어 있다가(그래서 더 헷갈렸다.) 나중에 가서야 하나씩 하나씩 윤곽이 드러나는 구성을 보며 여러 가지를 다 충족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혼한 가정의 문제, 그 가정에서 힘들어 하는 아이, 친구 문제, 거기다가 추리소설 식 구성까지. 줄곧 친구 때문에 힘들어 하는 파울리네를 그리다가 엄마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피자성과 연결이 된다. 처음에 파울리네가 아빠를 거기서 목격하면서 모호한 채로 남아있었는데.

어찌보면 이 책은 이혼한 부모를 둔 아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아이를 두고 이혼한 어른들을 위한 책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이혼하고 아이를 못 만날까봐 아이를 납치하는 방법까지 동원한 어른들과 그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고 자기 안에 갇힌 아이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어른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어른의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지 말라고. 그들도 엄연한 하나의 인격체이니 그들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아릿한 아픔을 남기고 책을 덮게 된다. 그나저나 파울리네는 조금 컸기 때문인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이길 힘이 있었지만 그 힘조차 없었던 어린 로렌쪼가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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