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공부 못해 창비아동문고 244
은이정 지음, 정소영 그림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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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자면 공부 못하는 아이가 어찌어찌 해서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어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거나 공부하는 요령을 알았다거나 그도 아니면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뭐 그런 류의 동화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건 전혀 의외의 소재와 배경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간다. 마치 6,70년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그래서 임길택의 <들꽃 아이>와 오버랩되기도 했다.) 현대를 적나라하게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최대의 고민거리이자 문제는 무엇일까. 아니, 어쩌면 현대 뿐만 아니라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해당하는 질문은 아닐까 싶다. 물론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부모들에게는 한 가지다. 바로 공부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 친구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건 처음에만 그렇다. 아이가 학교 입학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친구문제다. 나도 그랬다.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잘 적응할까하는 문제가 가장 걱정인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친구도 사귀고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공부로.

이 책의 배경은 현대의 시골 학교다. 부모들은 아이들 공부에 신경을 못 쓰기 때문에 그 역할을 선생님이 대신 한다. 아니 하려고 한다.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 교직에 첫 발을 내디딘 선생님은 아이들과 재미있고 멋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겠다는 멋진 포부를 갖고 시작한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의 코드를 맞추려고 노력까지 하면서. 그러나 인생이란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예외라는 것이 있으니까.

도시에 있는 아이들처럼 영어와 한문도 가르치고자 열의를 가지고 아이들을 닥달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의 행복은 멀어진다. 그리고 '멋진 연희 샘'도 차차 사라진다. 다행인 것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공부를 못하고 숙제도 안 하고 구구단을 못 외워도 집에서 자신이 맡은일을 묵묵히 해내는 찬이를 보고 선생님은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셈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 진리는 연희 샘이 이 학교에 머물 때까지만일 것이다. 경쟁만이 남아 있는 도시의 어느 학교로 간다면 사라지겠지.

공부를 잘 하고 아는 것도 많지만 새침떼기인 진경이와 정반대인 찬이, 그리고 이 시대 어른의 모습인 선생님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과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의 진짜 고민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새침하고 깍쟁이이자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진경이의 모습이 때론 얄밉다가도 찬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 예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경이는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남을 이해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일 게다. 내 딸에게도 이런 남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듯 자신의 아이보다 공부 잘 하는 아이와 친구가 되길 바라는 부모들 마음은 다 비슷하겠지만 이상하게 진경이와 찬이의 우정에 자꾸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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