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 어느 말의 자서전
애너 슈얼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책 중에는 읽을 당시에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되다가도 읽고 나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종류의 책이다. 맨 뒷부분에 있는 '작품 이해'라는 부분에서도 이야기하듯이 구성이 치밀하거나 문장력이 감탄할 정도라거나 그렇진 않다. 하지만 어느 순간-대개는 다른 동물을 대할 때-에 책의 내용이 생각나곤 한다. 특히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볼 때 이 강아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지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가 궁금해지곤 한다. 물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행동에 조심해지곤 한다. 아마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가 그런 것 아니었을까.

사실 '말'하면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를 태우고 지나가는 마차가 생각난다. 즉 말을 끄는 마부는 당연히 채찍을 갖고 있어야 하고 말은 그것을 휘둘러야만 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그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것도 일종의 동물 학대일 수 있겠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이래서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끊임없이 경험을 해야하나보다.

부제가 어느 말의 자서전이라고 되어 있듯이 블랙 뷰티라는 혈통도 좋고 잘 생긴 말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말이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정말이지 치부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블랙 뷰티는 이 세상에 있을 법한 종류의 인간을 대부분 만난다. 그러면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무지를 잘 꼬집는다. 좋은 주인을 만나 제대로 대우를 받고 살다가 다른 집으로 팔리면서 우여곡절을 겪는 블랙 뷰티. 가끔은 주인공이 말 못하는 동물이라는 점이 참 답답하기까지 했다. 만약 주인공이 인간이었다면 그렇게 힘든 삶은 살지 않았을까 내지는 힘들다는 표현을 할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뭐, 인간이라고 모두 자신의 처지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잘 단련되고 멋있던 모습은 참담한 생활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볼품 없게 변한 블랙 뷰티가 드디어 처음에 자신을 돌보았던 조을 만남으로써 생의 후반을 잘 살것이라는 암시로 끝난다. 비록 뷰티가 힘든 삶을 살았지만 나중에 행복을 찾아서 다행이다.

원래 이 책은 말을 기르는 사람에게 읽히기 위해 씌어졌다고 한다. 일종의 말 이해서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말의 특성이나 돌보는 방법, 말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또한 단순히 말을 조금 안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말을 이해하고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던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동물도 감정이 있으며 잘 대해 주어야 한다는 커다란 주제를 떠나서 진정 마음으로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말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을 대할 때도 블랙 뷰티의 시선이 어디선가 느껴지는 듯해서 함부로 하지 못하겠다. 아니, 그보다 지금까지 당연시했던 말 채찍이 말에게는 엄청난 폭력이었음을 알게 된 사실이 충격이었다. 나처럼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아져야 동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고 저자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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