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짝꿍 - 니이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수상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1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정문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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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이지메가 사회 문제가 될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냥 모든 아이들이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것이니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싫어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고 편하게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왕따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책이 조금씩 나오고 다양한 사례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왕따에 대한 책이 우리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것 같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도 접했으니까. 또 친구 문제를 다룬 일본책들을 꽤 많이 봐왔다. 글쎄, 우리와 외모나 생활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계도하기 위해 그런 류의 책들을 유독 많이 번역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서서히 그런 류의 책들이 다양해지는 것을 보면 그들도 왕따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런 책을 많이 펴내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 아이의 짝이 소메야 같은 아이라면 어떨까. 아니 짝에게 어떻게 대하라고 이야기해줄까. 실제로 큰 아이 1학년 때인가 비슷한 아이가 반에 있었다. 맘에 안 들면 코딱지를 파서 쓱 묻히고 툭하면 손에 있는 것 집어 던지고 그런다고 한다.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데 솔직히 '그래도 친구니까 함께 놀아'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정말 싫어할 만한 행동만 하네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으니까.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왜 그 친구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때 그러는지를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친구를 만들 줄 몰라서 그런다는 것을 알 수있다. 소메야처럼. 

소메야가 날 때 소리를 지르고 다른 친구를 때리는 경우는 다 화가 났거나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 눈에는 그런 경우는 배제된 채 오로지 소메야의 행동만 보이는 것이다. 소메야가 가오루의 이야기만 듣는 이유는 바로 가오루가 소메야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언제 소메야가 소리를 지르는지, 어떤 경우에 코딱지를 묻히는지 알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만들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아이들은 전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항상 소메야가 못된 행동만 하는 아이로 보였던 것이다.

가오루로 인해 소메야가 변했듯이 가오루 또한 소메야로 인해 변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어른들이 보기에 안 좋은 방향으로. 하지만 가오루 자신은 그제서야 가면을 벗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편안해 한다.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던 가오루가 자신의 약점을 들추는 말 한 마디에 이성을 잃고 가장 못된 아이로 변신하는 장면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참 안쓰러웠다. 아이가 오죽하면 그랬을까. 부모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억누른 채 살아야했던 가오루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그래도 자신을 찾은 가오루 덕분에 가볍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그들의 2학기가 평탄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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