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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우리 집은 흥부네 집
신영식 그림, 오진희 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둘째에게 짱뚱이 4번째 책을 가져 오랬더니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온다. 나중에 내가 찾아서 읽고 있으니 그거 '우리집은 흥부네집' 아니냐고 물어본다. 숫자만 나와도 제목이 어떤 것인지 아는가보다. 완전 짱뚱이 도사다.
작은 이불을 서로 덮겠다고 끌어당기는 짱뚱이와 언니. 동상 걸린 언니가 콩 양말을 신고 잤는데 잠결에 벗어버려서 얼굴이 곰보처럼 된 이야기는 분명 어려운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이건만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마음이 푸근했기 때문 아닐까.
곗날이면 온 동네 아낙들이 모여서 놀고 먹는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예전부터 내려오는 어떤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 여자들은 함부로 외출도 하지 못했던 시절에 하루종일 놀 수 있도록 허락된 날이 있다고 한다. 짱뚱이네 마을도 일종의 그런 날인 셈이다. 저녁을 못 챙겨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맨날 선머슴처럼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면서도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머리도 기르고 치마도 입고 싶어하는 짱뚱이. 그러나 막상 그렇게 해주면 하루도 못참고 예전이 좋았다고 했을 것이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상당부분 내 어린시절이 오버랩된다. 우리 엄마도 그 시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신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만 했던 시절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다. 지금이 훨씬 편하고 누리는 것이 많은데도 그 시절이 가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