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따와 지하철 모키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13
박효미 지음, 한지예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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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 대개 곤충을 무척 좋아한다. 우리 둘째도 마찬가지여서 작년 여름에 매미 허물을 모아 놓은 통이 아직도 있다. 일 년이 지나서 다시 매미가 극성을 부리는데도... 보다 못한 내가 이제 그만 버리자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단다. 하긴 작년 이맘때 아파트 주위를 돌아서 주워 오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흐뭇해 어쩔 줄 모를 정도였다. 그런 것이니 순순히 버릴 리가 없지.

훈도도 자신만의 보물통을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듯 그런 보물이 아니라 죽은 곤충들을 모으는 것이다. 죽은 나비, 죽은 장수풍뎅이, 번데기 허물까지는 좋은데 살아있는 것도 괘념치 않는다. 아니, 살아있는 것은 더욱 좋아한다. 방충망에 걸린 노린재를 엄마보다 먼저 발견하고는 흐뭇해하는 표정이라니. 마치 둘째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훈도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면 정말 개구쟁이에다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지하철에서 바닥에 앉아 가방에 있는 것 꺼내지를 않나 박물관에서 곤충통에 손을 집어 놓고 휘휘 젓질 않나... 하지만 훈도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하철에서는 어차피 자리에 앉지 못했는데 가방에 있는 보물통을 보려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박물관에서는 모키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모키를 '구하려고' 그런 것 뿐이다. 하긴 아이들이란 언제나 자기 중심적이긴 하지.

우연히 지하철에서 모기랑 비슷한 모키를 발견하고 모키를 데려오면서 훈도는 더욱 말썽을 부리게 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훈도의 말을 도통 믿으려 하질 않으니 더욱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어른들은 뭔가 모기 같은 것이 휙 지나가는 것을 볼지언정 그것을 자세히 보지는 못한다. 반면 아이들은 자세히 보기도 하고 심지어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아이들의 상상력의 세계가 훨씬 다양하고 폭넓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모키를 통해서 웬수였던 훈도와 이석이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면 아이들의 순진함이 절로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나보다. 저자는 여기 나오는 훈도 엄마와 같은 어른을 통해 요즘의 부모를 꼬집는다. 남의 눈을 의식해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기본이고 박물관에서 느긋하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적으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어디 그 뿐인가. 민새 엄마가 보여주는 행동은 또 어떻고. 자기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고 잘못된 행동은 모두 친구 때문이라는 태도를 보며 한때는 나도...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훈따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지 모르나 어른들은 과연 그럴까.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그림처럼 아이들은 신나서 계단을 오르며 놀이에 빠진 데 반해 어른들은 하나같이 찌푸리며 내려가는 모습이 바로 현재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어른들의 전형적인 모습 아닐런지... 근데, 솔직히 말해서 훈도 같은 아이라면 나라도 아이 친구로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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