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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 참 나를 찾는 진정한 용기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과연 나는 내가 누구인가 내지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 게 언제였을까. 아니, 그런 고민을 하긴 했을까. 돌이켜 보건대 아무 생각없이 지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그런 고민을 잠시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하니까.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동물을 등장시켰지만 신랄한 풍자가 들어있다. 외형만 달리 했을 뿐 모든 일들은 그대로 인간들의 모습을 재현시켜 놓은 것들이다. 목적도 없이 왜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일만 하는 비버들. 그들에게 주인공이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 무엇을 목적으로 일을 하냐고 물어보자 오히려 그런 의문을 가진 주인공을 의아하게 쳐다본다. 꼭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미겠지. 그러나 어쩌면 그들은 그 질문에 깊이 파고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서 회피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또한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말만 하는 박쥐들은 맨날 앉아서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 진짜로 바꿀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듯 각 동물들은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슬리퍼가 자신의 엄마라고 믿는 주인공 오리를 보고 처음엔 나도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보여지는 것을 가지고 판단을 해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리는 직접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나서면서 여러 부류의 동물을 만나면서 차츰차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판단으로 규정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스스로 발견했다. 오로지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서.
그런데 요즘처럼 사육되다시피 하는 아이들이 그런 고민을 할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그에 대해 남편과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의 발단은 한창 멋내고 연예인에 관심을 갖는데다 반항강도가 점점 세지는 딸을 두고 이야기하던 도중이었다. 남편은 딸이 순한 모범생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내가 신경쓸 일은 줄어들 것 같으니까. 하지만 언젠가는 한번쯤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기가 있으므로 이왕이면 일찍 고민하고 자신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런 고민을 한번 쯤은 하는 것으로 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노년을 맞이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그다지 행복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잔잔한 듯하면서도 이야기 구성이 치밀해서 긴장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풍자가 웃음짓게 만든다. 비록 씁쓸한 웃음일지라도. 그러나 굉장히 철학적인 대화들은 그런 것을 별로 가르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볼 때 청소년들의 마음을 얼마나 빼앗을지 모르겠다. 이건 우리의 문화 탓이리라. 자극적이고 당장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나와야 속이 시원해지는 그런 것. 언제쯤 바뀔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