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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평점 :
얼마전에 어느 사이트에서이랜드 계열사 로고를 죽 나열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꽤 되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재계 20위 안에 드는 기업이라더니 그 말이 맞긴 하구나. 그리고 그들이 눈 하나 깜짝 않는 모습을 보니 대기업 맞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책을 읽기 불과 며칠 전에 홈에버가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전에는 그저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럼 투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사실 나도 아직도 그렇게 투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예전에는 크게 보도되어서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언론에서도 외면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부러 정보를 찾아다니지 않는 한 알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혹자는 괜히 길게 파업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 힘들게 만든다고도 한다. 그 소리는 파업이 한창일 때 들었던 말이다. 물론 난 그 의견에 반대하지만 드러내놓고 의견을 말하진 않았다. 내 논리를 정확히 세우지 못한 탓도 있지만 어차피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에게 그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여러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있다해도 그 안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사람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읽는 내내 절감해야 했다. 솔직히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를 계속 자문해가며 읽었다. 대답은 글쎄, 잘모르겠다다. 아니, 자신이 없다. 노조에 가입해서 직접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도 회의가 오고 그래서 탈퇴를 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어찌보면 활동가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라는 '네가 그런다고 변하지 않는다. 왜 꼭 너야만 하나.'라는 말을 읽으며 뜨끔했다.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을 알기에 미리부터 체념했을 것 같다.
이미 비정규직 보호법의 폐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그 법을 고집하는 우리 정부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모르겠다. 하긴 모든 정책들이 대기업을 위해 세워지고 있는 판국에 새삼스럽게 그걸 따질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외국도 비정규직이 많다고 한다.(옹호하는 측에서는 이것만 강조한다.) 그러나 그네들의 비정규직과 우리의 비정규직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식한 행동이다. 우리처럼 모든 불이익을 감수해가며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비정규직과는 애초부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즉 모든 조건은 정규직과 그다지 차이가 없고 단지 소속이 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란다. 그런데도 사와 정은 다른 것은 다 빼고 숫자만 갖고 이야기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일반 시민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터뷰에 응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비정규직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정규직의 많은 사람들도 노동의 강도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법이라는 것은 기업의 편의만 봐주도록 되어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일 년 여를 끌고 있는 이랜드 문제가 지금으로서는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홈에버가 넘어갔다니 훨씬 안 좋은 상황일 것이다. 제 3자로서 이랜드 노조원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홈에버 가지 않는 것, 뉴코아 가지 않는 것과 같은 불매운동하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집 주변에는 온통 이랜드와 관련된 것들 뿐이다. 그러니 나 같은 소시민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도 최대한 실천해야겠다. 하지만 이마트를 가든 홈플러스를 가든 거기도 파업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비정규직 문제는 똑같이 안고 있는 것 아닌가. 참으로 앞날이 불투명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