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눈물 파랑새 청소년문학 5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마침 이 책을 읽고 난 다음날 오스트리아의 나타샤 캄푸시가 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자로 데뷔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물론 전에 나타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있었으나 그냥 한번 스쳐지나갔던 사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시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쩜 파올로와 똑같다는(약간 다르긴 하지만)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난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그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한다지. 하지만 그 말에는 역시나 납치된 사람에게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있으며 납치범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만약 단순하게 결과만 보도된 사건에서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처럼 엔젤과 파올로가 어떤 생활을 했으며 안젤이 파올로에게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게 된 뒤에는 차마 그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만큼 안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 것이리라.

물론 안젤은 분명 아무런 죄책감이나 도덕적 갈등 없이 쉽게 살인하는 나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파올로가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안젤이 대신하는 것을 보며 그가 살인자였다는 것은 그저 지나간 실수로 봐주고 싶을 만큼 그에게 동화된다. 특히 루이스에게 파올로의 관심과 사랑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나 파올로가 행방불명되자 정신없이 찾아다니는 모습은 여느 부모 못지 않다. 그리고 안젤이 파올로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게 되고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

독자는 안젤과  파올로 입장에서 읽어가기 때문에 내심 함께 잘 살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사회적 정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니 어차피 안젤의 최후는 예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숲속에 있는 리카르도의 집에서 책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하는 파올로를 보며 노인에게 맡기는 것이 파올로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안젤은 떠날 결심을 한다. 그렇게 안젤이 사라지면 파올로가 리카르도와 잘 살리라 기대했는데... 결국 그들의 운명은 모두 파국을 맞았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파올로에게 스톡홀름 증후군 어쩌구 하며 자기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그 누구도 파올로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안젤이 파올로와 어떤 생활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안젤은 살인자요, 파올로는 희생자일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파올로가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고 다시 예전의 그 집에서 새 삶을 꾸려나간다는 점이다. 루이스도 안젤과의 생활을 그리워하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판매한 목재가 결국은 사형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죽은 리카르도나, 자신이 그 단두대에 희생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아주 성실하게 일한 안젤의 운명이 참 얄궂다. 그래도 루이스가 있어서 파올로의 섬세한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소설이라는 것도 잊은 채 혹 사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런데 나타샤가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의 따스함이나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모든 것을 책임져 주는 납치범과 8년을 살았듯 파올로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다가 안젤의 보호와 사랑을 받았다는 점을 비교해 본다면 충분히 현실에서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타샤의 상황과 상당히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서사임에도 상황이나 심리묘사가 충분히 들어있고,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는 그런 책이다. 심리묘사나 상황묘사가 많아지면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데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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