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 만세 - 3학년 2학기 듣기,말하기,쓰기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6
동화읽는가족 초대시인 동시집, 안예리.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여러 시인들이 함께 펴낸 시집을 읽을 때면 항상 느끼는 게 있다. 각각의 시인들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점. 그런 시집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게 느껴진다. 굉장히 많은 시인들이 참여해서 펴낸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어떤 시에서는 정곡을 찌르는 아픔이 느껴지고 어떤 시에서는 지긋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은정 시인의 <가위>라는 시를 읽으며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른다. 이건 아마도 어른인 나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아이들은 별로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내게는 너무도 공감가는 시던데... 그렇다면 이건 역시 어른이 아이에게 주는 동시가 맞다는 얘긴가?

유희윤 시인의 <산골 길>이라는 시에서는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선행을 베푸는 푸근한 시골 노인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길을 가로질러 뻗어가는 칡넝쿨을 산으로 걷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괜히 심술이네라고 생각했다가 조금 후에 트럭이 지나가는 모급을 보며 성급한 내 판단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러나 이것은 시골의 정취를 아는 사람만이 이런 것을 느끼지 않을까. 요즘 아이들은 칡넝쿨이 뭔지도 모를 뿐더러 그게 어떻게 생장하는지도 모른다면 이 시는 별 의미없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긴 어디 시뿐이겠나. 모든 것은 자기가 보고 경험한 범주에서 느끼는 것이긴 하지. 그러기 위해 아이들에게 경험을 많이 시켜주라고 하는 것일 테고. 

특히 내가 이 시에 필이 꽂힌 이유는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육청 입구를 지나다보면 길로 칡넝쿨이 뻗어내려와서(워낙 산을 깎아 지은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때는 그냥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미안한 마음에 비켜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할아버지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이런 시들에 감동했는데 아이들은 어떤 시들에 감동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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