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터널 1 - 도망쳐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올라프 프리체 지음, 바바라 코르투에스 그림, 송소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아까 저녁을 먹는데 둘째가 미래에는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 같냐고 물어본다. 글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아이가 그 질문을 하는 동시에 머릿속에서 이 책이 스치고 지나갔다. 특히 릴리와 마그누스가 비밀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이 마치 영화를 본 듯 생생히 떠오른다. 분명 글로 읽은 것인데.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이들 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때로는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며 그럴 듯하게 풀어나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판타지라는 형식을 빌어 시간여행을 하는 구성이다. 예전에는 시간여행을 떠난 당사자는 전적으로 제3자가 되어 개입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는데 요즘에는 직접 당시 생활에 뛰어들어 바꾸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을 맞기도 한다. 아마도 책에 몰입하기 쉬운 구조는 후자가 아닐까싶다.

이 책도 후자의 방식을 취한다. 무척 똑똑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사고 때문에 휠체어에 타고 있어서 직접 시간 여행을 못하는 알베르트(처음에는 알베르트가 함께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으나 조금 읽다보면 왜 알베르트는 못 가는지 이해가 되고 안심이 된다.), 겉모습만 여자일 뿐 전혀 여자같지 않은, 아니 여자이길 거부하는 릴리, 매사에 조심성이 너무 많고(이건 어쩌면 항상 재수 없는 경우를 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겁도 많지만 친구들을 엄청 아끼는 마그누스의 뜻하지 않은 시간 여행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우연히 터널로 들어갔다가 진짜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릴리와 마그누스는 다음에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만나 그가 설계했던 비행기에 대해 직접 물어보고자 한다. 물론 마그누스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하지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두려움보다 훨씬 앞서기에 마지막 순간에 합류한다. 다른 두 친구는 마그누스가 그러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그것까지 준비해 둔 상태다.

터널을 빠져 나와 과거로 갔을 때 만나는 장면이나 알베르트의 집 지하실을 묘사하는 부분이 참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아이들이 여름 방학을 해서 함께 모여 있는 것을 상상하면 곧 다가올 아이들의 진짜 방학이 나도 모르게 연결되어 마치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아무래도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나보다. 그나저나 셋이 다음엔 어떤 시간여행을 하게 될까 궁금하네. 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비행기 설계도만 그려 놓고 진짜로 만들었는지 어쨌는지 궁금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아이들은 직접 만들어보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릴리와 마그누스와 함께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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