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삶의 해부 - 거짓말, 그리고 이중생활의 심리학
게일 살츠 지음, 박정숙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요근래 이러저러한 일들과 연관되어 심리학이나 정신과 교수들의 강연을 자주 들었다. 물론 주로 다루는 문제들이 이 책에서처럼 어른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이나 청소년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때는 심리학에 매력을 느껴서 책을 보려고 시도했지만 중도에 포기했다. 나에게 있어 그쪽은 아무래도 가까이 할 수 없는 분야라는 것만 절감했을 뿐이다. 전공과 다르다는 것은 이처럼 벽을 느낄 수밖에 없나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을 것이다. 내게도 '아마도' 비밀이 있을 것이고. 다만 의식적으로 감추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감추는 것일 수도 있겠지. 가끔 남편과 대화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혹시 비밀 있어?'라고. 아마 이건 대부분의 부부들이 하는 대화 중 하나 아닐까. 그럴 때 둘 다 말로는 없다고 하지만 글쎄, 그걸 믿을 수는 없다. 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여기서는 이런 무의식적 비밀과 의식적 비밀을 구별한다. 비밀로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감추려고 할 때 즉 의식적 비밀인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고 무의식적 비밀은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간혹 깊이 들어가다 보면 무의식적인 것이 원인인 경우도 있으니까. 여기 있는 사례들은 전적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지만 30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서 상담한 것들을 토대로 했으니 말도 안 되는 그런 사례는 아닐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났을 만한 것들일 게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 보여지는 이해 못할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는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걸 노리고 일부러 정신질환자인 척 하는 경우도 있다지 않은가. 어렸을 때 발달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커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꼭 그런 것은 아니라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여러 요인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단다. 하긴 어느 하나가 정확히 하나의 원인과 일대일 대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겠지.

여러 비밀스러운 삶을 들여다보면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캐들어가다보면 결국 기저에는 자아존중감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다.(적어도 나는 책을 읽고 그렇게 결론내렸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문제를 일으키고 어떤 사람은 극복하는 것을 보면 자신에 대한 감정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것이 그전부터 꾸준히 들었던 이야기였다. 사실은 마지막에 잠깐 나왔던 것처럼 상담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며 사례를 들려주기를 기대했는데 결과만 놓고 분석하듯 이야기를 이끌어 가서 조금 아쉬웠다. 전문가들이야 후자가 훨씬 좋겠지만 나같은 문외한들은 전자가 훨씬 흥미로울 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의 문제를 상담하는 과정을 보고 흥미를 느끼는 것도 일종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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