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서 온 e메일 반달문고 8
웬디 오어 지음, 케리 밀라드 그림, 조은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활을 꿈꾸지 않을까. 무인도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급자족하며 문명과 떨어진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고 무서운 동물이 나올 염려도 없는 그런 곳을 나는 자주 꿈꾼다. 특히 세파에 시달려서 힘들고 지칠 때면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다만 바다 주변에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바닷물이 깊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워낙 물을 무서워하는 관계로).

아론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내가 꿈꾸던 그런 곳이다. 작은 오두막이 있고 조금만 올라가면 냇가도 있고 무서운 동물은 전혀 없으며 이미 있는 동물은 친구가 되었으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전화도 되고 인터넷도 되니 금상첨화다. 맨날 똑같은 모습만 보며 지루해할 정도로 작지도 않고 그렇다고 거대한 섬도 아닌 적당한 크기의 섬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론은 어쩌면 많은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작가가 분명 이 섬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이야기했건만 읽으면서 자꾸 이런 섬이 진짜로 있는 양 부러워하게 된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딸을 키우며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 사는 잭은 바다로 플랑크톤을 연구하러 떠났다가 폭풍을 만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자 혼자 남은 아론이 섬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특히 모험 소설가인 알렉스 로버와의 이메일을 통해 조언을 듣고 소통을 하면서 아론은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라고는 아빠 외에 생필품을 전달해 주는 아저씨 밖에 보지 못한 아론이 알렉스를 보기 전에 어떻게 생겼을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과 단절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알렉스가 남자인줄 알았는데 결국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심한 배신감에 단절을 결심했다가 결국 자신도 본의 아니게 알렉스를 속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소통을 재개하는 것을 보며 비록 아이지만 마음만은 어른 못지 않다는 것도 느낀다. 어른이든 아이든 그런 역지사지의 마음이 참 중요한데 말이다. 모험 소설가답지 않게 소극적이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알렉스 로버가 아론을 위해 밖으로 뛰쳐 나오는 용기를 내면서 아론과 잭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특히 마지막에 셋이 결국은 섬에 머무르면서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환상적인 삶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과연 영화에서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분명 아이들 영화일텐데 내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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