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보들 발공주와 일곱 마리 코끼리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3
알베르트 벤트 지음, 윤혜정 옮김, 마리아 블라제요브스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헤르미네는 얼마나 크기에 보는 사람들마다 놀라는걸까, 도대체 얼마나 뚱뚱하기에 차마 말을 못하는 걸까. 그림이라도 그려져 있다면 가늠해보겠건만 어디에도 헤르미네의 모습을 추측할 만한 온전한 그림은 없다. 이건 일부러 안 그려넣은 것 같다. 그냥 상상하면 될 텐데 그게 잘 안된다. 아마도 이것이 어른들의 최대의 단점 아닐까.

유머와 위트가 가득 들어있는 이야기는 기존의 우리 작가들의 저학년 동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뭔가 명확해야 하고 손에 잡히듯이 묘사해야 읽는 이도 별다른 생각없이 글을 따라가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텐데 이건 그렇게 간단하질 않다. 먼저 헤르미네와 리잔더 삼촌은 어디로 가는 건지 왜 차를 타고 언덕을 오르는지 나와 있지 않고 끝까지 그것은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다만 그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 차가 헤르미네의 무게를 못 이기고 그냥 멈추었다는 것, 그리고 마침 그 때 지진이 일어나서 그들의 앞에 바위가 있었다는 것밖에 모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지나려고 왔는데 결국 길이 그렇게 된 것을 보고 낙담을 했지만 마침 헤르미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지휘자의 근사한 지휘 덕분에 바위를 처리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번에는 바위를 너무 많이 누르는 바람에 움푹 들어갔다는 게 문제다. 처음 헤르미네가 코끼리가 춤추도록 해서 바위를 원래대로 놓자는 의견에 코웃음을 쳤지만 어쨌든 모두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덕분에 코끼리가 춤을 추도록 했다. 그리고 아주 뚱뚱한 헤르미네의 춤을 보고 모두 감탄을 했다. 그제서야 헤르미네의 외모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몇 백 킬로그램 정도라고.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모습이 말이다. 그런 헤르미네의 보들보들한 발을 보고 모두들 감탄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헤르미네가 오히려 바위를 눌러서 움푹 패이게 만들자 사람들은 헤르미네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단합되었고 경찰과 도둑이 형님 동생 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한순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상처를 받고 돌아서거나 울면서 항의를 할텐데 헤르미네는 오히려 코끼리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유유히 떠난다. 언제나 헤르미네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며 자신의 모습에 낙담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자신을 공주라고 여기며 코끼리와 즐거운 삶을 찾아 떠난 것이겠지. 그리고 모여 있던 사람들 중 긍정적이고 다른 사람을 인정할 줄 알았던 사람만이 헤르미네를 찾아가서 멋진 공연을 감상하고... 자신의 외모가 어떻든 자존감을 가지면 커다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데 현실에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가보다. 아니, 어쩌면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헤르미네를 보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물론 기존의 우리 정서와 색다른 맛이 느껴져서 뒤에 있는 의미를 얼마나 알아챌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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