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무 카르페디엠 16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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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에다 애초부터 국경은 넘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자란 나는 이런 책을 읽을 때 여러 생각이 든다. 사실 어렸을 때는 국경을 넘어간다(걸어서)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다른 나라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던가 배를 타야지, 걸어서 간다는 것은 아예 가능성에 넣지도 않았다. 지금도 가끔 아이들에게 유럽의 예를 들며 옆에 있는 다른 나라로 버스 타고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면 무척 신기해한다. 이게 바로 지리적 환경에 따른 사고과정의 결과일 게다. 애초부터 우리는 위로 국경이 있지만 그건 절대로 다가서면 안되는 것으로 못 박아 놓았으니까. 사실 이 책의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런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주위 여건에 따라 사람의 사고가 한정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시멘트 장벽을 설치한 게 언제더라. 바다 쪽으로 사람들이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회색 장벽을 둘러치고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후로는 거기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고 지냈다. 하긴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만 해도 벅찬데 나와 상관없는 일까지 모두 신경쓸 수는 없는 법이지. 치사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자기변명을 해본다.

이건 과연 소설일까, 다큐멘터리일까 의아할 정도로 현실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 겨우 열두 살 밖에 안된 루카가 혼자 미국으로 가는 과정은 영화 <크로싱>을 생각나게 한다. 오늘 아침에도 북한의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자 아이들이 <크로싱>과 똑같다며 진짜 현실이 저럴까라는 의구심을 품는다. 말로는 그것보다 더하다고 하지만 솔직히 정말 그럴까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무렴, 설마... 어른인 나도 이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도착해서 엄마를 만난 부분까지는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쉽게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중간 부분 밖에 안 된다. 분명 해피엔딩이라면 이 즈음이면 마지막 부분이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루카의 앞날은 우여곡절이 많다는 얘기 아닌가. 역시나 루카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지내며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제나 불안에 떤다. 혹시 누가 불법 체류자라고 신고하지 않을까, 언제 경찰이 찾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사는 삶. 어쩌면 가장 두려운 적은 자신 안에 있는 두려움 아닐까.

읽는 동안 독자는 루카의 입장이 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이기적이고 좀 더 관용을 베풀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시종일관 할 것이다. 특히 조지의 행동을 보면서... 하지만 루카는, 아니 독자는 베로니카의 아버지가 조지와 똑같은 말로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을 보며 결국 인간은 모두 똑같구나를 깨닫는다. 어느 상태에서나 무슨 일에나 양면성이 있다. 한 쪽은 완전히 나쁘고 한 쪽은 모두 좋은 경우가 얼마나 될까. 다만 합리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게 최선의 길일 것이다. 불법 체류자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이나 미국인들을 바라보는 이민자들의 시각은 모두 맞는 말임과 동시에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다. 어디 이런 문제들이 미국과 멕시코 만의 문제겠나. 현재 우리나라도 큰 문제거리로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이 책이 단순히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여기서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좀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현실을 직시해서 그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 갈 때 쯤에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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