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힘찬문고 5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김라합 옮김, 에듀아르트 슈프랑어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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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룬 파우제방이라면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다. 핵문제나 환경문제에 관한 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문제제기를 할까. 비록 제목에 하느님이라는 신을 언급하지만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이 책에서 신을 직접 거론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교가 없다보니 더욱 낯설 수밖에.

모처럼 수업이 한 시간 일찍 끝나서 여유가 생긴 니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담벼락의 그림을 구경하다가 길에서 고양이가 트럭에 차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어린 나이에 그런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사실 어른이라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라면 그 자리를 서둘러 피했겠지. 그러나 니나는 간신히 목숨이 달려 있는 어미 고양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옆에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도 있고. 그러면서 하느님이 있다면 고양이를 다치지 않게 했어야 한다고, 아니 적어도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니나도 속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고양이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것을. 만약 정말로 고양이가 살아난다면 그것은 기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새끼 고양이를 그대로 두고 올 수가 없어서 끝까지 보살피겠다고 얼떨결에 맹세를 한 니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엄마가 무지무지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약 신이 있다면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도록 허락할 것이라는 기대도 은근히 했겠지. 그러나 세상 일이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엄마는 결사 반대를 했고 니나는 어미 고양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를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어린 꼬마에게 집을 떠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뻔하다. 니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재워달라고 하지만 그 어느 곳도 마음 편하게 있을 만한 곳은 없다. 게다가 이상하고 나쁜 사람들까지 만나니 엄마가 더욱 그립다. 그래도 새끼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어미 고양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비록 나중에는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 하며 엄마에게 돌아가지만 어쨌든 자신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 고양이를 지켰으니까.

사실 신을 그다지 믿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어린 아이가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마땅한 답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정말 이럴 수 있을까. 이건 아마도 카톨릭이나 기독교가 널리 퍼지고 생활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게다. 우리 아이들은 약간 괴리감을 느낄 것도 같다. 이런 걸 바로 문화의 차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아마도 우리나라 아이들은 신과 관련된 니나의 질문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느냐 못 키우느냐와 니나의 모험과 방황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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