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십년의 한국 - 우리시대 희망을 찾는 7인의 발언록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2
리영희 외 지음, 박상환 엮음 / 철수와영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통령이 바뀌든 국회의원이 바뀌든 여당과 야당이 바뀌든 간에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누가 정권을 잡든 누가 여당이 되든 간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큰 틀에서는 바뀌는 게 거의 없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지식인이 했다는 "세상에 좌파 정부란 없다."라는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흔히 보수주의자들(물론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이 좌파라고 이야기하는 노무현 정부조차 유렵의 기준으로 보자면 오히려 우파라는데 우리는 극구 좌파라고 우긴다. 만약 이번 쇠고기 파동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보수(수구)세력들이 판을 치고 있을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들이 서서히 늘어났던 것을 기억한다면 그런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뭐, 내가 모르는 곳에서는 아직도 그들이 판을 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7인의 발언록. 그러나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 것이 아니라 주로 각각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 그런지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가끔 '그래 바로 이거야'라며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그으면서 말이다. 얼마전이 연평해전 발발일이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북방한계선(NLL)에서 일어난 교전 때문에 사망한 군인도 있고 부상당한 군인도 있다(아마 예전 같았으면 이걸 갖고도 엄청나게 반공교육 시키지 않았을까.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위로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북방한계선의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북쪽으로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선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뒤에 감추어진 진실은 이승만 정권에서 위로 올라가려다 문제가 불거져 생긴 선이라는 점을 말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앞으로는 국민이라는 말을 쓰는 대신 '민주주의적 시민'이라는 말을 써야겠다. 리영희 교수가 말한 것을 들으니 지금까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였다. 국민이라는 것은 국가라는 상대적인 권위를 인정하고 그에 봉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15p)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오로지 경제 하나 때문에 현재의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손호철 교수는 경제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경제를 지해할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나친 시장 중심주의 정책과 경쟁 때문에 지금의 우리들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경제가 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장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뒤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경제만을 부르짖으니 한심하다. 지금 우리는 누가 봐도 경제가 사회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출총제 폐지나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주변에 전문가가 없는 나도 지금은 성장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분배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들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무엇을 듣는 것일까. 이럴 때 대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출세해! 하지만 그건 다분히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따라서 내가 하는 이야기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넋두리일지라도 내 자리에서 내가 느끼는 대로 최대한 이야기할 것이다, 앞으로도.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자면 끝이 없다.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해야겠다. 현재 과거사청산 문제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정권에서 활발하게 논의했으나 야당의 강력한 저지로 주춤하다가 이젠 아예 어찌되는 건지 이야기가 없다. 안병욱 교수의 주장처럼 친일을 했다는 것을 밝혀내서 어떤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사실만은 알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 만약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그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 스스로 그네들 선조들의 친일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는 후퇴하지 않고 나아간다고 하는데 요즘의 현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간신히 독립성을 되찾으려던 사법부가 다시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할 것 같은 분위기도 감지되고,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하에 은근슬쩍 재벌들의 밥그릇을 늘려줄 정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 7명의 저자들이 다시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지금 다시 강의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니, 그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러면 속이라도 시원해지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