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누나 제인 높은 학년 동화 14
전경남 지음, 오승민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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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오자마자 딸이 먼저 읽는다. 읽으면서 내내 웃으며 재미있는 구절은 소리내서 읽는다. 그런데 앞뒤 상황을 모르는 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리고 나중에 읽어보니 왜 그 부분에서 내게 들으라고 강요하며 읽어줬는지 알겠다. 그래, 재미있다. 더구나 요즘 아이들 말투나 행동으로 보건대 딱 자기들이 사용하는 표현방식과 비슷했기에 더욱 공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건 그냥 아이들의 문제를 살짝 건드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왜 이 부분에서는 딸이 아무 말도 안 했을까. 아니, 뭐라고 했는데 내가 흘려들은 걸까. 있다가 학교에서 오면 한번 붙들고 물아봐야겠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 왔다갔다 한다. 제인이라는 인물은 분명 객관적으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 보기에 그다지 나쁜 아이라거나 크게 잘못될 아이 같지는 않다. 소신 뚜렷하고 독립심 강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 하고 감정 솔직히 드러내니 얼마나 멋진가. 그러나 조금만 고개를 돌려 내 딸이 그런다면...? 그건 '절대'라는 수식어를 몇 번이나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게 바로 어른들, 특히 딸을 키우는 부모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책 속의 인물은 그저 그 안에만 갇혀 있는 인물이어야지 살아 나와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그러나 반대로 훌륭한 인물의 책을 읽고서는 그걸 본받기를 기대한다. 이런 이중적인 생각이라니. 하지만 그 문제에 있어서 우리 어른들은 또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세상이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고 충격을 받는 것 보다는 책으로 간접경험을 통해 미리 알고 있으면 좀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모두 따라하지 않듯 책에 나오는 것도 무작정 따라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그 말이 언제나 옳길 바랄 뿐이다.

제인 아니 소영이와 지원이는 남매라고는 하지만 형식적인 남매일 뿐이다. 그러나 둘은 오히려 인간으로 서로를 바라볼 줄 안다. 만약 진짜 남매였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가족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주로 국내를 무대로 펼쳐졌다면 이 책은 외국으로 무대를 넓힌다. 그렇기에 더 대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는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지원이가 소영이의 행동을 담담하게 보아줄 수 있었을까. 글쎄, 아마도 새아빠처럼 굉장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것이다. 개인의 감정은 극도로 자제한 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래서였을까.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갈등도 꽤 컸었는데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경쾌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한편으론 지나치게 가벼웠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또한 건조한 느낌이 들어 감성적인 부분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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