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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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임에서 중남미문화원에 갔다왔다. 그곳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마침 이사장이신 할머니가 오셔서 어떻게 해서 이런 문화원을 짓게 되었는지 등등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먹고 사는 게 참 어려웠다며 우리에게 그거 아느냐고 물어보신다. 물론 우리는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그 시절을 겪진 않았기에 말로만 들어봤다고 답할 수밖에. 그러자 말로만 들은 것과 겪어 본 것은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하신다. 그렇다. 분명 그 둘은 다를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우리 부모 세대 어른들이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하면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싫은 내색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은 어떨까. 우리가 어렸을 때와 비교하며 이야기하면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우리가 부모 세대로부터 들으며 느꼈던 것을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과거의 일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현재만 이야기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런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누군가는 거기에 계속 관심을 갖는 것일 게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비록 역사적 사건을 무대로 하지만 역사동화는 아니고 그저 보통의 동화라고. 그러기에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서술은 사실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첫 번째 이야기인 <꽃신>을 읽으면서 그것이 기묘사화를 배경으로 했는지는 몰랐다. 그냥 당시에는 이런 일이 충분히 있을 법하기에 순수하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이야기인 <다홍치마>를 읽으면서는 처음부터 바로 정약용을 모델로 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물론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정약용의 모습을 그대로 다루지는 않는다. 배경과 상황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랬음에도 <다홍치마>의 경우 상당부분 비슷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기에 나도 모르게 당시 상황을 연상시키며 읽는다.

요즘 나오는 동화를 보면 두 부분으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현재 여기에 있는 아이들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며 솔직 담백 유쾌하게 풀어가는가 하면,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거나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약간은 무겁게 이끌어 가는 것이 다른 하나다. 어른들의 욕심은 둘 다를 적절히 읽으면 좋겠지만, 아니 솔직히 말하면 후자의 책을 읽고 과거도 되돌아보았으면 하는 반면 아이들은 전자의 책을 훨씬 공감하며 읽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당장 입에 맞는 것만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책을 읽으며 당시 상황도 이해하고자 노력해야만 오늘의 어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민족(민족주의적 시각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가는 주로 지난 시대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나보다. 전작인 <명혜>도 그러더니 여기에 있는 이야기도 모두 지나간 일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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