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꼴찌 앙코르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뻬 그림,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은 우리집 아이나 남의 집 아이나 다 비슷한가 보다.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나 다른 나라 아이나 다 비슷하기도 하고. 이 책은 꼬마 니콜라 시리즈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까지 합해서 내놓은 책이라고 한다. 글쎄. 그래도 어린이 책을 꽤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본 기억이 없다. 사실 처음엔 그림책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두꺼운 책이라 놀랐다. 그리고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어린이책 답지 않게 글씨도 작고 줄 간격도 좁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뭔가 직감이라는 게 있는 걸까. 둘째가 이 책을 보더니 대뜸 읽어달란다. 대개 두꺼운 책이면 그런 이야기를 잘 안하는 아이인데 말이다.

글 작가 고시니와 그림 작가 상페가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만들어 낸 아이가 바로 니콜라란다. 비록 니콜라는 아주 오래전에 처음 등장했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건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만한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고시니의 아들이 엮은이의 말에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지언정 결코 지독한 향수에는 빠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일 게다.

니콜라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결코 착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사람들은 또 절대 아니다. 어찌보면 유쾌한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예전에 [순풍 산부인과]라는 시트콤이 엄청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굉장한 인기의 비결이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개 남을 대할 때는 가면을 쓰기 마련인데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는 얘기다. 이 책을 보며 문득 그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야 어리니까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지만 어른들은 남의 눈치를 보느라 그러질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른들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어른들이 언제나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니콜라의 아빠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할 때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이목을 의식하느라 짐짓 안 그런 척 하지만 결국 블레뒤르 아저씨에게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고 만다. 솔직한 마음이라는 것이 불편한 심기와 짜증을 표출하는 것이긴 하지만. 학생의 롤러스케이트를 압수하고는 몰래 혼자 타다가 다쳐서 양호실에 누워 있는 부이옹 선생님처럼 아직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어른도 있지만 그럴 때는 니콜라의 입을 통해 어른의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50여 년이 지났지만 왜 여전히 인기가 있는지 조금만 읽어봐도 알겠다. 악동들의 행동이 지나치다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들의 순진하고 예쁜 마음을 보면 너무 순수해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아량마저 생기곤 한다. 반대로 아이들에게는 마음으로만 꿈꾸는 장난을 니콜라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다. 니콜라와 친구들은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들 눈높이에서 들여다보지만 결국 나중에는 거기에 삶의 철학이 들어있음을 발견한다. 이건 지나친 나의 확대해석인가. 어쨌든 유쾌한 니콜라와 그 일당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동안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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