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게 뭐예요?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2
오스카 브르니피에 지음, 이효숙 옮김, 프레데릭 베나글리아 그림 / 상수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에 딸이 어떻게 한 남자랑 평생을 사느냐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처음엔 어이없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나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또한 계속 누군가랑 함께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만 함께 있으면 안 될까라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말이지 철 없을 때, 뭘 모를 때 했던 생각이라는 게 철이 조금 든 지금의 생각이다.

위에 얘기한 딸이 이 책을 보더니 자기에게는 좀 어려운 책이란다. 초등 6학년이니 딱 네가 보는 수준이라고 했더니 이런 걸 꼭 생각하고 살아야하느냐고 반문한다. 만약 얼마전의 나라면 꼭 그럴 필요없다고 얘기해줬겠지만 철학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요즘의 대답은 '꼭 필요한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런 질문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처럼 부모의 조종대로 움직이며 정작 본인은 별 생각없이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더 필요한 책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어린이 책처럼 자상하고 친절한 설명이 들어 있는 책을 원한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춰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설명해 주고 목적지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기존의 책과는 확실히 다르다. 간단한 질문들을 툭툭 던져 놓고 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좀 당황했다.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친절한 책들을 주로 읽었으니까. 그러나 그런 책을 읽으면 내가 생각할 필요성은 별로 느끼지 못하기에 생각하며 읽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의 설명과 강의를 들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진짜 내가 읽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들에 대해 질문을 던짐으로써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언제나 사람들은 존중해야 하는지, 다른 이의 의견에 항상 동의해야 하는지, 또 모두는 평등해야 하는 것인지 등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해답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어른인 내가 읽으며 나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을 존중해 주었을까. 겉으로는 존중해 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무시하진 않았을까. 또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는 척하진 않았는지...

모두 여섯 개의 문제들을 제시하고 이야기 나누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색으로 되어 있어 구별하기 쉽다. 사실 처음엔 무슨 색이 이렇게 현란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으며 자세히 보니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굳이 초등 교과서와의 연계를 드러내지 않는다해도 이런 문제들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게 참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나중에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