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쟁이 왕털이 사계절 저학년문고 40
김나무 지음, 윤봉선 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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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아이들에게 너그럽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거짓말이 나쁜 것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그런 때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간혹 거짓말을 하더라도 이해하고 넘어갔다. 물론 큰 거짓말이 아니기에 가능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 마음을 잘 이해해준다는 뿌듯함 때문에.

그런데 바로 오늘 그런 내 뿌듯함에 재를 뿌리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잠깐 나간 사이 아이가 몰래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놀라서 얼른 컴퓨터를 끄는 모습을 보았다. 그야말로 딱 걸린 것이다. 지금까지 약속 잘 지키고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잘 한다고 굳게 믿었던 아이였기에 더 화가 났다. 결국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화를 냈다. 아이도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기에 계속 눈치만 보고 웃질 않았다.

아무리 좋은 것 바람직한 것을 안다고 해도 그것을 실천하는 것과는 별개다. 하물며 어른도 그런데 어린아이들이야 오죽할까. 그런데도 우리는 가끔 내 아이만은 안 그럴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산다. 그리고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지금까지 감추었던 자신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오늘의 나처럼. 그 일을 생각하자니 이 책이 생각났다.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아이들은 어떤 잘못이든 잘못을 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며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막상 내 아이가 잘못을 하자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왕털이도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계속 거짓말을 하고 만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되어 아이들과 헤어진다. 그래도 나중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친구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줌으로써 더 이상의 잘못은 저지르지 않는다. 왕털이는 친구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이 뻔하지만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말한 것이다. 할머니도 처음에는 왕털이를 보호할 욕심에 거짓말에 장단을 맞추지만 결국에는 왕털이 혼자 해결하도록 놔둔다. 그럼으로써 왕털이는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다.

내 아이도 이제 자신의 잘못을 알았으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씩 성장할까. 글쎄, 현실이 꼭 동화처럼 되는 것은 아니니 두고 봐야겠지. 돌이켜보면 아이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닌데 순간적인 실망감과 배신감 때문에 과민반응을 보였던 면도 없지 않다. 왕털이 할머니가 왕털이에게 기회를 주었듯 나도 아이에게 기회를 주어야겠지. 자기가 자초한 일이니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말이다.

옛이야기에서 흔히 나오는 둔갑하는 여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간다. 여우가 굳이 사람의 습성대로 살도록 설정한 것이 아니라 여우는 여우처럼 살고 사람은 사람처럼 살도록 설정한 면도 자연스럽다. 만약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해서 사람과 함께 살았다면 재미가 훨씬 덜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재미있다. 또 그렇게 사투리를 쓰게 된 연유까지 나와있어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던 마음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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