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주는 카드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주니어김영사) 1
빌 브리튼 지음, 김선희 옮김, 이선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동화책을 읽다가 무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작가가 없을까하는 생각 때문에. 물론 내가 우리 동화책을 모두 읽은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판단한다는 것이 오만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어린이책과 관련해서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한 책을 못 보고 지나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뭐가 특별한 것일까 곰곰 생각에 들어갔다.

이 책에는 네 명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한 명은 서술자로 등장하니 세 명의 아이들(본인들은 아이들이길 거부하고 청소년이길 바라지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세 아이들은 한 마을에서 살며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셋을 모두 한꺼번에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 명씩 다루기에 처음에는 서로 연결시키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하'라는 감탄사와 함께 그동안 각기 떨어져서 생각되었던 세 아이들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한다. 

이런 식의 구조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데도 참 신선하다. 판타지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중간에 마법이라는 말이 나오고 소원을 빈다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게다가 각각의 소원들이 차라리 이루어지기 전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지는 이야기는 그동안 걷잡을 수 없이 뻗어나간 이야기를 순식간에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서둘러 봉합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력감에 빠질 정도로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는 타이틀 때문에? 그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혹 유명한 상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의 상황과 맞지 않는 이야기일 경우 몰입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받은 책을 봐왔다. 그렇다면 뭘까. 나름대로 내린 결론에 의하면 현재 우리의 동화책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면만을 다루거나(특히 요즘 그런 경향을 보인다.) 판타지의 경우 현실적인 요소는 없이 판타지에 모든 것을 할애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아직 판타지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태도 아니고. 하지만 이 책은 판타지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인 장치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둘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모든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책에 더욱 빠져들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메시지가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라도 때로는 현재가 좋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고 소원이라는 것은 단순히 뭉뚱그려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하나씩 되새겨야 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메시지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부주의 때문에 벌어진 사건을 헐레벌떡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테니까. 우리의 상상력은 무엇 때문에 벽을 뚫고 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경직된 사고를 하도록 훈련받은 교육 때문은 아닐런지. 동화책 한 권 읽고 어쩌다 교육문제로까지 나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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