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짚문화 우리 문화 그림책 13
백남원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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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시골이라 어려서부터 짚으로 만든 물건을 많이 봤다. 겨울이면 아버지가 안 쓰는 방에서 멍석을 만들기도 하고 새끼도 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짚이 귀한 물건이 되었다. 지금은 추수를 할 때 콤바인으로 해서 아예 잘게 잘라서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주문하지 않으면 긴 짚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까끌까끌한 짚가리에서 둥지를 만들어 놓고 놀곤 했는데...

아마 남편도 시골이라 그런 기억이 있나보다. 어린이책이 그렇게 많이 와도 여간해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사람이 이 책을 보더니 아주 열심히 들여다본다. 그러면서 하는 말, 여기 나와 있는 대로 하면 짚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나. 어려서 아버님이 짚신 만드는 걸 보았단다. 그래서 더욱 책이 의미있게 다가왔나보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그림책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 건 처음 봤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책을 보며 짚신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투박한 할아버지의 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짚신이 손에 들려 있는 듯하다.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할아버지는 시골에 계신 우리네 아버지 모습이다. 특별한 기교 없이 손을 중심으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테두리 연필선을 그대로 둔 것이 아닐까.

짚으로 새끼를 꼬고 그것을 가지고 엮어서 만드는 짚신. 지금이야 튼튼하고 편안한 신발에 밀려 골동품이나 장식품으로 전락했지만 그 옛날에는 필수품이었을 게다. 농번기에는 짚신을 만들 시간이 없으니 농한기인 겨울에 왕창 만들어야했겠지. 어디 그 뿐인가. 멍석도 만들어야 했을 테고 가마니도 짜야 할 테고 땔나무도 장만해야 했을 게다. 농한기란 농사에 있어서만 한가할 뿐이지 그 외의 일들이 많았던 것이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짚을 이용한 물건들이 많았다는 글을 읽으며 조상들의 지혜도 느껴지지만 힘든 그네들의 삶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으론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전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남이 하는 것은 좋아보이지만 막상 내가 하려면 싫은 것처럼 농사도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의 짚문화를 이렇게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는 이것도 아주 귀한 자료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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