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명화 못생긴 명화 2 - 풍경
박수현.이미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때인가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수준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을 테고 한편으론 교육열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런 전시회에 나도 상당히 일조한 면은 사실이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을 테고 외국에 나가서 볼 기회는 극히 드물겠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얼른 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시회에 가면 난감한 경우가 많다. 사전지식없이 갔다가는 모두 비슷해 보이는 그림과 그냥 형태만 보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커다랗게 사실적으로 그린 풍경화를 보고 감탄을 하다가도 추상화 작품을 보면 고개만 갸우뚱하다가 나온 경험도 있다.

바로 이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과 동일한 경우다. 사실적인 그림을 보면 쉽게 알아볼 수 있으니까 잘 그렸다고 생각하다가도 실제 모습과 다르게 그린 그림을 보면 일단 감동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들이 주로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데 어쩌나. 나도 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인 것을. 아마도 미술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그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명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재미있어서 찾아보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흔히 아이들이 이야기하듯 동일한 주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잘 생긴 명화라 명명하고, 반대로 화가의 주관대로 표현한 그림을 못 생긴 그림이라 해서 둘을 함께 놓고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기획했는데 아이디어가 참 좋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감상 포인트를 두고 화가에 대한 정보도 있어서 둘 중 하나라도 놓칠 일이 없다. 주로 사실적인 그림들은 풍경화가 많은데 내가 풍경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참 멋있다. 그림이 아니라 마치 사진 같다. 그렇다고 못 생긴 명화가 못 그린 것이냐면 그건 결코 아니다. 그것은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겠지. 많은 사람들이 모네의 그림을 보고 추악한 그림이라고 평했지만 결국 그것이 미술 혁명을 일으킨 그림이었으니까.

책을 보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전시회에 가서 직접 그림을 본 것은 낯설지 않고 친근하며 잘 생긴 명화에 가깝게 느껴지는데(비록 못 생긴 명화 쪽에 놓여 있더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은 생소한 그림은 진짜 못 생긴 명화처럼 느껴진다. 이러니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란 말인가. 그림을 하나하나 보면서 설명을 읽으니 나 혼자 보며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되는 명화를 이렇게 쉽게 접근해 가면 재미있고 즐겁게 알 수 있겠다. 명화를 재미있게 보는 비결이 드러난다는 뒷표지의 말이 괜한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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