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사도우미가 될거야 - 꿈꾸면 안 되는 직업이 있나요? 파랑새 인성학교 2
모르간 다비드 글 그림, 이재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바로 내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콘도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을 본 뒤로 집에 와서 자기도 그런 사람이 되겠다며 빗자루 들고 돌아다니며 청소했던 적이 있으니까. 남편은 처음엔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다가 급기야 화를 내서 아이를 울렸던 기억이 난다. 모두 말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지만 거기에는 이왕이면 이라는 단서가 빠져 있다. 이왕이면 돈도 많이 벌면 좋겠고, 이왕이면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잘 나가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요즘은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가 그러지 않아도 아이가 커 가면서 스스로 그런 것을 터득하기도 한다.

세상에 그 많은 직업 중에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떠밀려서 내지는 할 게 없어서 하는 일이라면 그다지 반기고 싶지 않다. 여기서도 롤라는 가사도우미가 되겠다고 하자 모든 친구들이 야유를 퍼붓는다. 그러나 롤라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사는 게 엉망이었는데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고 심지어 아빠까지 바뀌었으니 롤라에게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직업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롤라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도 결국 그 직업도 인정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그리고 그 아이들이 커서도 그런 생각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의 아이들에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글이 많지도 않고 그림이 성긴 듯하지만 짧은 글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성학교 시리즈라는 말에 글이 많거나 주지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아주 최소한의 글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두 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먼지 뭉치를 양으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작가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가끔은 만화처럼 구성해서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식의 인성교육을 한다면 나중에 세상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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