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이 있는 풍경
이상엽 사진.글 / 산책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내게 러시아나 소련은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한창 세상에 관심을 가질 때 소련이 붕괴되어 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런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도 그 시대를 살고 있었다는, 어찌보면 러시아와는 상관없는 감정들만 있는 듯도 하다. 어쨌든 학교 다닐 때도 과 특성상 참여 정신이 투철하지 못했기에 사회주의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니,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기에 레닌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밖에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을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많은 곳에서 레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그렇게 많은 동상이 있다니 놀랍다. 동서로 길게 늘어져 있는 나라, 러시아. 물론 소련일 때보다 영토는 많이 줄어들었겠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 길이가 9,00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특히 위쪽이 막혀서 400여 킬로미터 밖에 갈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거의 상상이 가지 않는 거리다. 이럴 때 보면 지리적 위치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실감한다. 우리는 반도라서 한쪽으로 밖에 나갈 수가 없는데 그마저도 막혀 있으니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땅을 밟으며 외국을 나간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그저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시작으로 모스크바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기까지 상상으로도 가늠이 되지 않는 거리를 순전히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며 느꼈던 저자의 잔잔한 느낌들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긴 거리를 한번에 여행한 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여정은 그렇다. 사진 작가인 저자 덕분에 일단 눈이 호강했다. 이렇게 멋진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니. 저자는 풍경 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을 내내 실감했다. 정말이지 거의 모든 사진에는 인물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굴곡이 많았던 격변기를 몸으로 느꼈던 저자였기에 이런 눈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똑같은 길을 간다면 또 다른 것을 보았겠지. 때로는 충분히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대와 온몸으로 싸웠던 삶을 먼발치서 바라보기도 하면서 함께 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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