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혹 전혀 관심이 없다가도 다른 어떤 것과 연관되어 있다던가 어디선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관심이 생기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 책도 그냥 소설인가보다라며 별 생각없이 표지를 들여다 보았었다. 그러면서 상당한 두께 때문에 일단 마음을 잡은 후에 읽으려고 꽂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사지의 영화 소개 코너에서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소개한 글을 보았다. 아, 이게 그거네. 그리곤 갑자기 관심이 증폭했다. 그쯤되면 두께는 더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물론 책으로 있는 것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무조건 그 책에 관심을 갖진 않는다. 그러나 이번엔 관심이 갔다. 아마도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이 책 중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외부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련과 미국의 침략을 받은 것과 내전으로 아직도 정세가 안정되지 않았다는 정도? 또 그림책에서 보았듯이 당나귀에 여러 가지 과일을 싣고 다니며 판다는 정도. 하긴 그림책에서 본 그에 관한 내용도 그냥 전쟁으로 인한 궁핍함을 상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설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별 느낌 없이 보았던 내용이었으나 아미르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 당나귀에 과일을 팔러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퍼뜩 연결지어진 것이긴 하다. 많은 서구인들이 아직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우리도 중동지역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그들이 이런 문화적인 생활을 누렸단 말이야라는 놀라움을 계속 느껴야만 했으니까.

아랍인들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부분 이해를 못하고 때론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종족에 대해 예민한 걸까. 또 종교에 대해 왜 그리 엄격한 걸까. 어쩌면 아미르가 미국에서 보내며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자신의 조국을 보고 비평했듯이 나 또한 그들을 그 잣대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종족은 우월한 위치에 있고 어느 종족은 애초부터 동등한 삶을 누릴 가치가 없었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인식은 대체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왜 그들은 그것을 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들은,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은 굉장히 보수적이며 불평등한 것이라는데 이르고 만다. 요즘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있음에도 아직 완전히 아니다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처음부터 신분의 차이로 맺어진 하산과 아미르. 아미르 태어나서 처음 말을 배운 것이 바바인 반면 하산은 아미르였다는 데서도 둘의 관계가 보이는 듯하다. 아미르는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냉정한 아버지는 그 사랑을 듬뿍 안겨주지 않는다. 어쩌면 아미르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처럼 비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아버지가 하산을 대하는 태도에서 묘한 질투심과 경쟁심을 느끼는 아미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또 그 돌이킬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괴로움에서 보내야만 했던 아미르. 그러나 아미르가 그토록 해바라기처럼 바바만을 바라보는데도 바바가 온전히 아미르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 아니 어쩌면 사랑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이해하게 된다. 아미르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부유한 생활을 하던 나라를 떠나 미국으로 가서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아미르는 진정 아버지의 정을 느낀다. 실은 나도 그처럼 냉정했던 바바가 아미르를 위해 그토록 헌신하는 모습을 보곤 적잖이 놀랐다. 그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생활을 했었기에 후에 아버지에 대한 굉장한 사실(거의 배신감이 들 정도의)을 알았을 때도 심한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사람이라면 그런 엄청난 사실 앞에서 무척 괴로웠을 텐데. 하긴 어쩌면 아미르는 어려서부터 유모가 했다는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에게는 형제애가 흐르는 법'이라는 말을 본능적으로 진실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랬기에 후에 진짜 그랬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엔 자신의 비겁함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고 지내는 아미르에 온 마음을 쏟으며 읽었는데 중반에서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그렇듯 물질적 어려움보다 정신적 공허함 때문에 괴로워하는 미국에서의 생활에서는 앞서의 그 죄책감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목숨을 걸고 조카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한 가지의 마음으로 책을 대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마음속에 숨겨둔 비겁한 진실이 연결 고리가 되어 모든 일을 겪게 된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지만 순간마다 하나의 마음으로 읽지는 못했다. 그건 그렇고 차마 영화는 보질 못할 것 같다. 하산이 불쌍하고 소랍이 안쓰럽고 바바가 측은해서, 그리고 아세프가 너무 미워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