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롤리팝,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림어린이문고
딕 킹 스미스 글, 질 바튼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이다. 그런데 저자가 아니다. 뭘까. 알고 봤더니 제목에 '레이디 롤리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그 책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직접 동물을 길렀기 때문인지 동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한다. 또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하긴 무엇이든 작가가 경험한 일이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곤 한다. 작가가 동물을 기르고 좋아하니 당연한 것일 게다.

옛날 옛날 먼 먼 나라라는 부정확한 시간과 장소로 시작을 함으로써 후에 있게 될 많은 사실들에 딴지를 못 걸게 만든다. 대개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쓰는 것들은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것이 있느냐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냥 옛날에는 그랬단다라고 하면 되니까. 어쩌면 그래서 현대에 읽는, 현대의 상황을 빗댄 것 같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도 그저 옛날에 있었던 어느 공주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주 말괄량이다 못해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공주 페넬로페. 아무도 못 말리는 응석꾸러기라고 할 정도로 막무가내다. 공주를 그렇게 만든 건 다름아닌 그들의 부모다. 하지만 공주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용서가 된다. 남에 대해 생각하는 법이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기에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그런 공주에게 뜻밖의 일이 생긴다. 여덟 살 생일 선물로 돼지를 키우게 됐는데 그 돼지의 원래 주인인 조니를 통해 남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어린이책에서라면 공주가 버릇 없는 것을 탓하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그들의 부모가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서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만들곤 하는데 여기 나오는 왕과 왕비는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왕은 왕대로 공주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고민하고 조니는 조니대로 공주의 비위를 맞추면서 서서히 자신의 의도대로 만드니까. 그렇다고 옳은 말도 못 하는 비겁한 인물은 아니다.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상대에게 고개를 숙일 때와 강하게 나갈 때를 아는 현명한 소년이다.

이야기 전개가 때론 터무니 없게 전개되기도 하지만(돼지가 장미밭을 일구자 그렇게도 집안에서 돼지 키우는 것을 반대했던 왕비가 완전히 돌아서는 모습 등) 그런 모든 것들을 옛날에 있었던 일이니까라는 말로 넘길 수 있게 미리 장치해 놓았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있다. 공주는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면 어떻게든 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그것을 관철시키는 방법이 많이 바뀌었다. 무조건 떼 쓰고 소리지르는 것에서 남을 설득하는 것으로 말이다. 페넬로페의 표정 그림도 확실히 변했다. 이전에는 심술궂은 표정이었다면 이젠 사랑스러운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요즘의 버릇없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겨냥해서 쓴 책일지 모르지만 그런 숨은 의도보다는 그냥 가족의 사랑과 아이들의 유쾌한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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