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로즈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스콜라 모던클래식 4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이승숙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란, 아니 무엇이든지 단순히 텍스트만을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작가가 놓여 있는(그러나 뒤에 숨기고 있는) 현실을 볼 줄 알아야 하며 당시 시대가 어땠는지도 감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순수하게 책만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거야 문학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겠지만 여하튼 나는 하나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쪽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책이라는 것은 작가가 수정해 나가는 것이 아닌데 시대라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론 정반대로 흘러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니 예전에 획기적이었던 것이라도 지금은 지극히 평범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책을 읽을 때 책에 서술되어 있는 당시의 상황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항상 그렇게 되진 않는다. 때론 읽고 나서 뭐 이런 이야기가 있나 하고 한심해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잠시 떨어져서 바라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렇듯 책 내용과는 직접적인 연관도 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이유는 이 책이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소녀시절 한창 재미있게 읽었던 소공녀류의 이야기와 비슷(절대 같은 종류는 아닌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졸지에 고아가 되지만 워낙에 물려받은 유산이 많아서 지내는데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어린 소녀에 대한 이야기. 그 소녀는 항상 발랄하고 총명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그런 존재다. 게다가 마음까지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 바로 여기 나오는 로즈가 그렇다. 물론 로즈도 처음에는 자신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해 항상 우울해 하고 병자처럼 지낸다. 주위에는 고모도 많고 할머니들도 많지만 로즈를 위로해 줄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렉 삼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커다란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즈가 위험이나 위기에 처하는 것도 아닌 부유한 로즈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으며 지내는 유쾌한 일 년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지만 동시대의 다른 책들과는 약간 다른 면이 나타난다. 바로 주체적인 여인상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많은 부분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당시 시대 분위기대로라면 부유한 집 딸들은 현모양처가 되기 위한 지식 외에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시대였으며 모름지기 여자란 사교계에서 뭇 남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삼촌인 알렉은 그런 여자들을 한심하게 치부하며(심지어는 자신의 누이마저도) 로즈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가르친다. 하녀와 한 두 가지 물건을 나눠 갖는다고 해서 진정 자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었다는 것은 짐작할 만하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로망처럼 비칠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고 실컷 놀 수도 있고. 그러나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데에는 분명 뒤에서 그 일들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더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거기까지 의도하진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유명한 작품인 <작은 아씨들>을 읽었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아마도 당시는 나를 그 자매들에게 대입했을 것이다. 지금은 딸을 대입하며 읽겠지. 그녀는 당시 소로우와 한 동네에 살며 그와 함께 산으로 강으로 다니며 자연과 더불어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물론 그때 루이자는 어린 소녀였다. 항상 주체적인 여자를 작품 속에 등장시키며 시대를 벗어나고자 했던 그녀는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기도 했단다. 작품만 읽어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도 겹쳐졌고 소로우도 겹쳐졌으며 당연히 그 위엔 로즈의 생활도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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