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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과학 - 미인 불패, 새로운 권력의 발견 ㅣ 과학전람회 9
울리히 렌츠 지음, 박승재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바로 며칠전에 사람들과 이야기 도중 외모에 대한 것이 화제로 떠올랐다.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살도 빼고 성형수술을 했기에 가능했다는 어느 '여자'의 이야기였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외모를 직접 거론하며 연구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면 논문으로 발표되었으나 드러나지 않아서일수도 있겠다. 어쨌든 요즘은 오히려 사원을 채용할 때 외모로 판단할 근거를 적시하는 걸 비판하며 그런 것들을 제외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린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말 외모는 전혀 고려되지 않을까. 글쎄... 그렇다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나운서는 미운 얼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런지.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아름다운 여성이 더 똑똑하기 때문일까. 연예인들이야 외모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니 그들은 차치한다해도 실력으로 뽑는 아나운서도 미운 사람을 보질 못했다.
아름다움의 과학. 단순히 아름다우면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것이다라는 추측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책이다. 과학적으로 접근해서인지 중반까지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기 보다 보편적인 동물, 본성으로서의 동물을 주로 다룬다.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이론이 많이 나와서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 이론이 정말 인정받은 이론인지 아니면 그저 연구 과제로써 붙여진 이름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게다가 역자가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쉽게 설명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이쪽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이해하는데 애 먹었다. 그다지 매끄러운 번역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이유다. 중반까지는 책장 넘기기 힘들게 읽어갔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 비교적 잘 넘어갔다.
분명 아름다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훨씬 많은 호감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그런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아무리 말로는 성격 좋은 사람이 좋으며 성실한 사람이 좋다는 등 외모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이라는 것으로 억압했을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처음 보았을 때의 이미지는 외모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에 대한 연구 이야기도 이 책에 나와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처음의 이야기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 다음에는 외모보다 다른 요소들이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결혼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 바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담보로 하는 것일 게다. 또 그러기에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유효한 것일 테고.
외모에 무척 신경쓰는 딸에게 외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줄기차게 이야기하면서도 그런 내 모습이 어느 정도 위선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어린이들조차 예쁜 아이가 훨씬 많은 관심을 받고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실험결과가 내심 못마땅하고 불만이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름다움과 행복과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실험이 보여주듯 아름다움이란 남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자존감. 여기서는 다분히 페미니스트적인 사람들에겐 분명 불편할 만한 진실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론에 가서는 외모가 약간의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사람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내 임의대로의 결론). 나를 인정하자. 대신 다른 사람도 인정해 주자. 그래야 설령 아름다운 것에 잠시 넘어갈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