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한창 영어를 배울때, 아니 내가 한창 영어에 관심이 있을 때 영어로 된 사전도 사고 단어가 그림으로 나와 있는 책도 사곤 했었다. 그러나 그걸 얼마나 활용했느냐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영어라는 것은 단순히 한때의 관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얼마전에 큰 아이가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니 사전을 찾아가며 더디게 읽더니 하는 말, 자기가 이렇게 모르는 단어가 많을 줄 몰랐단다. 이제 6학년이니 그동안 학원은 안 다녔어도 공부를 한 게 몇 년인데 정작 단어는 그다지 많이 외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둘째는 그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에 그동안 장식용이었던 책을 꺼내 읽혔다. 그리고 내친 김에 이 책도 펼쳐 들었다. 우리말도 단어를 많이 알아야 어휘가 풍부해서 글을 쓰든 책을 읽든 지식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듯이 영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무작정 외우게 하는 것이 싫어서 지켜보기만 했다. 헌데 점점 학년이 올라가니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볼 겸 아무 곳이나 펴놓고 읽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잘 읽는다. 어떤 경우는 대충 맞춰서 읽는 것이고 어느 경우는 한글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에 해당하는 아는 영어를 말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내딴에는 흐뭇했다. 무작정 단어를 외우기보다 주제별로 묶어서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보니 외우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처음엔 이 책을 외국인이 영어를 배우기 쉽도록 하기 위해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국의 어린이들에게 낱말 공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우리도 한글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이런 식으로 하던가.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방식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63년이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책이라고. 아마도 그림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해서 그런가보다. 영어를 외국어로 접근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도 자꾸 들여다보고 읽다보면 단어가 저절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같은 주제로 묶어 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주제는 다 들어있다. 따라서 단어도 아이들 수준의 낱말은 거의 다 있는 셈이다. 음, 우리도 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