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품에 안고 - 우리들의 할머니 이야기 즐거운 동화 여행 10
표시정 지음, 강승원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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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할머니는 그다지 살갑거나 애틋한 정이 생각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유일하게 계셨던 외할머니는 워낙 무뚝뚝하신 분이라 그런 정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참 다행스럽게도 외할머니의 정을 듬뿍 받고 자란다. 대개 커갈수록 할머니 집에 가는 걸 내켜하지 않는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두어 주만 안 가도 가자고 난리다. 물론 그 이유가 꼭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서는 아니라지만 딸 말에 의하면 우리집은 삭막한데 할머니집은 편안하단다. 며칠 전에는 또 할머니가 자기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한 적이 있다. 그 이면에는 할머니와 자기가 텔레비전 취향이 비슷한 원인이 있긴 하지만 내 엄마를 내 아이들이 좋아한다니 기분이 좋다.

오늘날의 할머니, 우리들의 할머니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자식을 애지중지 키웠지만 나몰라라 훌쩍 외국으로 떠나 버린 아들. 그 아들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정신까지 놓아버린 할머니 이야기는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야기다. 또한 시골에서 살다가 자식을 따라 도시로 오지만 평생을 부지런하게 살던 습관 때문에 동동 거리며 작은 일거리라도 '만드는' 엄마와의 충돌, 그렇지만 결국 엄마의 사랑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딸을 보며 효도란 별 게 아닌데 하는 죄책감마저 든다. 

가족으로서의 할머니든 이웃의 할머니든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라서 그런지 하나같이 잔잔하며 푸근하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하면서까지 무조건 웃어른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고집을은 부리지는 않는다(이사 가는 날). 어쩌면 그래서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사 가는 날'에서 할머니가 가장 아끼는 거울을 면경을 두고 온 사실을 알고 오던 길을 돌려서 갔더라면 글쎄, 현실과 동떨어진, 이중적인 아들 며느리의 모습에 '이건 이야기일 뿐이야'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자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혹 내가 그런 자식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았다. 자주 간다는 핑계로 전화도 안 하는 무심한 딸... 그런데 나머지 이야기는 전부 '우리들의 할머니 이야기'라는 부제에 맞게 할머니가 등장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다루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의 말에서는 할머니가 아닌 엄마를 주제로 잡았으니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표지의 부제와는 안 어울린다. 이야기 자체는 감동적일지 모르겠으나 다른 이야기들과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생각하는 내 사고의 경직성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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