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호리의 비밀 파랑새 사과문고 63
허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파랑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으례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인 도깨비불을 보았다는 어른들도 있고 호랑이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어느 고장이나 다 있는데도 모두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래서 산 옆 모퉁이를 돌아갈 때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그저 옛이야기 정도로만 듣는다. 그런 무서움과 맞닥뜨릴 일이 없으니 도깨비 이야기를 들어도 그건 단순히 책 속에 있는 이야기일 뿐인 것이다. 어느 곳을 가든 가로등이 있고 집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에 사는데 무슨 도깨비불을 생각이나 할 수 있겠나.

막연히 생각했던 그런 도깨비 이야기들에 의미를 붙이고 연결시켜서 전개해 나가는 이 책은 상상력이 돋보인다. 도깨비불이 막연히 무섭다고 생각하는 접근이던 동물의 뼈에 들어있는 인 성분 때문에 빛이 날수도 있다는 과학적인 접근을 무색하게 하는 이야기 전개가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호리라는 것을 등장시켜 도깨비불을 설명하고 또 그 중 가장 으뜸, 정상을 의미하는 '마루'라는 말을 덧붙여 마루호리를 탄생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특히 나약하고 겁이 많은 다비가 마루호리를 찾아내고 결국은 도깨비 나라를 붉은도둑대왕으로부터 구함으로써 아무리 나약하고 힘이 없어보이는 존재라도 그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디에나 선과 악은 있다. 그렇지만 악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악한 것은 없다고 보는 성선설의 입장을 취해서 붉은도둑대왕도 그렇게 악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어 결국은 선한 존재인 아기로 돌아가게 만든다. 든든한 친구이자 의지처인 인인이와 함께 아기마루호리에게 힘을 주기 위해 말하는나무나라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거기에서 아이들은 모험과 성장과 나눔, 배려가 담겨 있다. 흔히 우리나라에는 판타지 동화가 너무 약하다고 하는데 요즘 몇몇의 책을 읽어 본 결과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이 어떤 현상을 너무 대화에 의존해서 설명하려고 해서 읽는 사람이 함께 모험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설명을 지루하게 듣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대개의 이야기들이 일일이 작가가 설명하지 않고 궁금하게 했다가 나중에 궁금증이 풀리게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은 작가가 지나치게 친절했던 것 같다. 전개 방식을 조금만 활기차게 바꾸었더라면 독자가 책속으로 빠져들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도깨비 세계를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은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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