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사계절 저학년문고 39
김용택 엮음 / 사계절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둘째가 새학년 시작 전인 지금 2학년이다. 즉 여기 나오는 아이들과 같은 나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쓴 동시와 일기를 읽으며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어쩜 아이들이란 모두 똑같을까. 둘째가 쓴 일기를 보면 어떤 때는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때는 귀찮아서 억지로 썼구나라는 것이 느껴지는데 여기 아이들도 그런가보다. 일기 소재가 없어서 일부러 일을 만드는 아이의 글을 읽으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미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아니 선생님이 자신이 담임했던 아이들의 글과 그림을 모아 펴냈단다. 여기에 있는 글들을 보며 시골에서 지내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만 상상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질 못하다.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은 내색하지 않지만 어른인 선생님은 드러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리고 미안한 마음에서 토로하는 것이지 불평불만은 아니다. 그러기에 김용택이라는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 내가 어른이라 그런지 솔직히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깊이 이해하거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앞의 '엮은이의 말'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더 깊다. 그리고 길게 늘여쓴 그 어떤 글보다 더 마음 아팠고 공감이 갔다. 지금은 아직 어려서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선생님의 글을 본다면 아마 알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학교 생활을 했는지를.

엮은이의 말처럼 여기에 있는 글들은 다듬어지지 않았고 형식이 맞는 것도 아니고 논리정연하지도 않은 글들이다. 만약 김용택이라는 사람이 아닌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이런 원고를 가지고 가서 책을 내겠다고 한다면 출판사의 반응이 어떨까. 아마도 결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덕치초등학교 아이들은 복 받은 것이다. 이렇게 그들의 글을 이끌어줄 능력이 충분하고 영향력 있는(?)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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