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씨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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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였던가, 중학교 때였던가 앞부분 읽다가 진도가 너무 안 나가서 포기했던 책. 그래서 누가 이 책을 이야기하면 굉장히 난해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읽어보니 전혀 아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럼 예전에는 왜 그랬을까. 이것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조금 쉽게 풀어놓아서 그런 걸까. 글쎄, 그렇게 보아지진 않는다. 아무래도 경험의 폭이 넓어졌고 생각의 범위도 넓어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싶다.

헤스터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처럼 비난받으며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야 할 일이 아니겠지만 언제나 시대적 기준이라는 게 있어서 당시 상황으로는 중대한 죄에 해당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하긴 당시엔 말도 안 되는 마녀사냥도 있던 시대였으니 이 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래도 헤스터는 강한 의지를 가졌기에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딤스데일은 겉으로는 존경받을 만한 인물일지 모르나 너무 나약해서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간다. 게다가 그런 약점을 알고 있는 헤스터의 전 남편도 딤스데일을 서서히 옥죈다.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순결과 절제를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호손이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며 반항이 아니었을까. 물론 호손이 활동한 19세기에는 자유주의가 퍼지고 있던 시기였다해도 자신이 자란 풍습을 꼬집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결국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또 그렇기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일 게다.

딤스데일은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의 연설은 많은 감동을 주었기에 그가 자신의 죄를 사람들 앞에서 속죄하고 난 후에도 사람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들이 가만 놔두었을까. 헤스터처럼 그런 사람이었다면 말이다. 오죽하면 그의 말이 의미하는 진실을 외면한 채 그를 성스러운 존재로 여기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높고 강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대중들의 속성. 아직도 남아 있는...

그런데 읽는 내내 헤스터와 딤스데일은 어떻게 만났으며 얼마나 사랑했을까 하는 의문을 버릴 수가 없었다. 작가는 그런 유치한 사랑 놀음보다는 매서운 시선을 갖고 종교와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보려 하는데도 말이다. 요즘의 매체(책도 포함)들이 지나치게 친절해서 모든 사건을 다 설명해 주는 것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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