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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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책이라도 읽는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당연하다!) 심지어 읽는 계절에 따라서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많은 고전들을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그래서 기회가 되면 이렇게 다시 읽어본다. 물론 일부러 찾아서 읽기는 힘든데 우연히 기회가 찾아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학창시절에 읽지는 못한 책이다. 그래도... 만약 읽었다면 그 때와 지금의 느낌이 어떻게 다를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를 배경으로 물질적인 것이 우선시 되는 시대풍조를 은근히 비꼬는 이 작품은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비빌 언덕도 없고 배경도 없어서 어떻게든 상류사회로 편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 개츠비, 처음엔 사랑을 믿는 듯하지만 결국 외적 조건을 따라가고 끝까지 그것에 안주해 버리는 속물 데이지, 특별한 인생의 목표도 없이 그저 현실을 즐기며 세월을 보내는 부유한 한량 톰 등 여기에는 제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 없어 보인다. 아, 있긴 하다. 바로 화자인 닉.

잠시 여자들이 꿈꾸는, 첫사랑을 못 잊어 혼자 살며 사랑이 돌아오길 바라는 그런 남자인 개츠비가 아름다웠다. 청소년기나 한창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20대였다면 끝까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이 잘못을 뒤집어 쓰는 개츠비가 한없이 멋있어 보였을 것이다. 그런 사랑이 결코 진정한 사랑일까 의심하는 지금 나이에서도 잠시나마 그런 남자가 멋있었으니까. 혹시나 지나가다 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화로운 파티를 자주 여는 개츠비는 일편단심 데이지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끝까지 그녀를 위해 산다. 그러나 그가 톰 앞에서 자신의 사랑과 데이지의 사랑을 확신하는 모습을 보며 뭔가 잘못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게 과연 사랑일까. 집착은 아닐런지.

혼돈의 시대에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되는 가치들이 있다는 명제는 언제나 유효한 것 같다. 1920년대를 바라보는 피츠제럴드도 그 어떤 가치를 이야기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상실했네, 다시 찾아야하네 하며 떠들고 있지 않던가. 마치 어른들이 신세대들을 보고 하는 말('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이란'이러는 것 말이다.)이 세대가 변해도 똑같듯이... 피츠제럴드는 닉의 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다 합쳐도 당신(개츠비)만 못 하다는 말로 개츠비를 칭찬한다. 적어도 개츠비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물질적인 것만 따지지는 않으니까.

뒷부분에 나와 있는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언제나 흥미롭다.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또한 헤밍웨이를 발굴한 인물이기도 하단다. 그러나 둘은 성격도 문체도 너무나 달라서 서로 사이가 멀어졌단다. 어찌되었든 소설의 위대함이란 당시의 세태와 도덕, 그리고 시대를 잘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단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사랑받는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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