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노동자의 벗 이재유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9
안재성 지음, 장선환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어디서 알게 되었을까, 이재유라는 이름을. 분명 어디선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인지 알고 싶었던 참이었다. 아, 이제 생각났다.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지만 내용인즉 쿠바에 체 게바라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이재유가 있다고 비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을 기회가 오다니. 이런 걸 바로 운명이라고 하는 걸까. 

노동자라는 말은 썩 친하고 싶은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몸으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기에 대부분의 샐러리맨(특히 화이트칼라)들이 실질적으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 게다. 또 그래서 노동법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일 테고. 하긴 나도 위장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그 이상은 알지 못한다.

노동자, 노동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전태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그것도 식민지 시절에 이미 그런 것에 관심을 갖고 한평생 애쓰며 살아온 사람이 있다니 놀랍다. 아니, 그런 사람을 아직 아무도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재유가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이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6년에 그의 항일운동 공로를 인정했다고 한다.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태어나 식민지 시기를 고스란히 지낸 이재유는 학교 다닐 때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사건'이 따라다닌다. 아니, 그가 사건을 만들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워낙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공부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다. 결국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에 들어가지마 역시나 돈이 없어서 학업을 중단한다. 이재유는 그 후에 노동 운동에 전념하게 된다.

위장취업을 해서 파업을 이끌기도 하고(물론 부당한 대우를 참지 못하기 때문이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억울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러다가 경찰에 불려 간 것이 70여 차례요, 감옥에 갇힌 것도 여러 차례다. 후에는 경성 트로이카를 결성하며 사회주의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의 삶의 면면을 보면 오로지 노동자를 위해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재유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을 만나 큰 도움을 얻기도 했단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이야기들 중에서 어디서나 있을 법하지만 결코 언급되지 않았던 그런 양심있는 일본인들 이야기도 나와 한편으론 다행스러웠다. 아무리 나쁜 사회라도 좋은 사람은 있구나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서.

당시 노동자들에게 한줄기 빛이었으며 전설적인 인물이었다는 이재유에 대해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그리고 가슴 뭉클하다. 당시 이재유가 외쳤던 것들이 지금이야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라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다시 돌고 도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약자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아마 하종강이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오늘날은 이런 사람이 왜 없을까 한탄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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