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소의 비구름 높은 학년 동화 13
배유안 지음, 김호민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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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닐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고전문학 작품들이 요즘 왜 이리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물론 친근하다고 해서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주는 책들이 많아서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어 좋다. 작년 여름에 담양에 있는 가사문학관에 갔을 때 가사문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새삼 느꼈으며 송강 정철의 뛰어난 작품에 대해 많이 들었던 터였다. 분명 학교 다니면서도 들었을 텐데 그런 기억들은 지워진 지 오래다.

송강 정철 하면 관동별곡이 저절로 나오지만 정작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그냥 기행문이라는 것 정도 밖에. 이미 배유안이라는 작가의 훈민정음에 얽힌 이야기인 <초정리 편지>를 읽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겠구나 감탄한 적이 있기에 이 책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집어들었다. 물론 이 책도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뜻이 담겨 있는 고전문학이라도 아이들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그것은 절반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지 작품을 해설하는 것에 그친다면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할테니까. 그러나 이 책처럼 현대적으로 풀어서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아이들도 무조건 멀리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한동안 유행하던 방식인 역사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직접 주인공이 되어 인물도 만나고 당시의 생활도 겪어 보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우연히 오일장에서 사 온 그림을 보다가 그 속으로 들어간다는 구성만 보면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나중에 가만히 살펴보면 하나하나의 사건이 모두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 직접 송강을 만나서 함께 여행을 하지만 그렇다고 훈이가 옛날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때로는 당돌하게 바른말도 하니까.

어쨌든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커다란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당연하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현실에서 그림 속의 상황과 전혀 다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연결된 듯이 이어진다. 그래서 훈이의 그림 속 여행이 완전히 상상이라느니 꿈이었다느니하며 가볍게 치부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래서 더 훈이의 여행에 즐겁게 동참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뒤에 나와 있는 관동별곡 전문을 볼 수 있는 행운까지 얻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용한 부분은 따로 표시를 해 두어서 다시 한번 책 내용이 머릿속에서 흘러갔다. 정철과 함께 학을 타고 날아가려면 과제를 풀어야 하는데 작가는 어렵게 풀었다는데 난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작가가 다 알아서 풀어주었으니 그저 훈이 옆에서 묻어 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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